집 팔고 집 사고 사는 또라이

 

 

 

선생님, 집을 비워주셔야 되겠는데요?”

, 그래요. 언제까지 비우면 됩니까?”

방학 때까지 리모델링해서 방을 놔야 하니 빠르면 빠를수록 좋지요

알겠습니다. 좀 알아보고 수일 내에 연락드리지요

우리 집을 매수한 강여사의 전화였다.

 

아내와 난 지인 두 분 내외와 12일일정으로 부안경찰수련원에 체크인하고 주전부릴 하며 한참 망중한을 즐기고 있던 참 이였다. 예상한 일인데 기분이 좀 안 좋았다. 아내도 내 눈치를 보며 암 말도 안하고 있었다. 세집 부부가 모처럼 모여 나들일 나왔는데 썩 반갑질 않은 얘길 꺼낼 필욘 없었던

것이다.

드디어 30년을 몸담고 비벼댄 애환의 보금자릴 떠날 때가 된 셈이다. 사실 내가 집을 매도한지는 벌써 4년째 들었다. 신청한 아파트가 완공됐으면 진즉 이살 했을 테다. 조합원아파트를 신청한 게 오살 맞게 일이 안 풀려 지금까지 착공을 오늘내일하고 있는 판이라 결국 집 없는 설음을 감당해야 할 판이 된 것이다. 아내와 내가 익산에 정착하며 지은 집을 팔기로 한건 내가 위암수술을 한 직후였다. 나이도 있고, 애들도 자립했고, 덩치 큰 집의 노예생활에서 벗어나 홀가분하게 살다가 세상 뜨자고, 그래 꼭 필요한

것 말고는 하나씩 가진 걸 내려놓자고 다짐했던 결심 이였다.

 

-30년 뭉그적 댄 울집-

 

해질녘이 되자 나는 살짝 숙소를 빠져나왔다. 서해의 낙조에 빠져들며 심난을 잊고 싶었다. 상록해수욕장을 향한 해변길을 걷는다. 조합장말대로 일이 진척된다고 해도 2년여는 있어야 아파트는 입주할 수가 있을 것이다. 우선은 전셋집을 하나 구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구름 낀 낙조는 내 마음 탓인지 썩 멋있어보이질 안했다. 결코 이사문제 땜이랄 순 없지만 다음날여정도 유쾌하지 만은 안은 채 귀가했다.

 

월요일 날이 밝자 아내와 난 복덕방순례에 나섰다. 19일부터 입주한다는 사랑으로284임대아파트견본주택과 현장을 둘러본 뒤론 딴 주택은 성에 차질 않았다. 전세17천만 원에 매년 5%내외 전세금을 인상하고, 무엇보다도 집이 크다는 점이 망설이게 했다. 집의 노예가 되기 싫어 소형주택으로 갈아타자는, 애초엔 임대주택에 입주해 홀가분하게 살아보자던 우리에겐 마땅한 집이 없어 허탈하게 귀가해야 했다.

 

-울집옥상에서 맞은 석양-

화요일이 밝았다. 아침에 문득 나비아타 생각이 스쳤다. 그녀가 공인중계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단 게 생각났던 것이다. 아침인데 전활 넣었다. 반가운 목소리로 인살 나누고 10시에 그녀의 사무실을 방문했다.

몇 평에 얼마만큼의 예산을 생각하고 있냐?’ 는 그녀의 질문에 이은 인터넷과 전화수소문 후 배산입구 우림한솔아파트를 소개하는 거였다. 60아파트가 남향과 동향 두 채가 매물 나왔는데 단점은 준공 된지 오래됐다는 것 뿐, 당시엔 비교적 잘 지어진 아파트이고, 무엇보다도 입지조건이 좋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배산 옆이고, 북부시장이 지근거리인데다 30년을 살고 있는 동내 옆이란 점이 아내에겐 매력 이였다. 아마 나의 취향과 심정을 조금은 꿰뚫어보는 나비아타만이 대뜸 추천할 수 있을 아파트였을 텐데 적중은 아내였다. 우린 곧장 우림한솔로 직행했다.

17층 동향(東向)은 앞뒤전망이 막힘이 없는데다 실내도 근래에 인터리얼 해 깨끗해서 우리내외 맘에 들었다 11층 남향(南向)은 퇴근 때 구경할 수가 있어 오후6시에 방문하기로 약속했다.

우린 둘 중 어느 쪽이던 결정하기로 가정한 상태였는데, 퇴근 때 들러본 남향집은 남향이라는 장점 외엔 동향집보단 우리내외 마음을 사로잡는 어떤매력이 없었다. 아파트와 골프연습장으로 전망이 어수선하고, 작은방과 배렌다 천정에  누수자국이란 결정적인 흠결이 갱킨 거였다. 누수로 인한 마음고생을 어지간히 한 우리부부인지라 좋은 남향을 버리기로 했다.

 

귀가하여 나비아타께 전활 넣어 낼 11시에 17층 동향집을 계약하자고 약속했다. 아침에 그녀를 찾아가서, 그녀가 추천한 첫 물건을 살펴보고 곧장 매수계약을 약속한 건 곰곰이 생각할수록 벼락치기였다. 그럴 수 있었던 건 그녀가 나를 쫌은 알고 있으면서, 우리내외가 원하는 지향점과 편리성을 꿰뚫는 직업의식이 예리하고 투철해 잘 맞는 물건을 쪽집개한 소이일거라고 생각했다.

 

-이사갈 우림한솔-

우린, 우림한솔에 입주해 살다가 신청한 새 아파트가 완공되면 이살 가던지 아님 여기가 좋으면 계속 눌러살면 되는 것이다. 이사 갈 집 걱정일랑 끝난 셈이라 우리내왼 사나흘간의 맘고생에서 탈피하게 돼 나비아타가 그리 고마운 거였다. 특히 아낸 '이사'란 단어부터 과민반응하여 임대주택은 물 건넌 참이였다. 

 

나비아타는 갈뫼에서 만난 십년지기산우(?). 그녀는 익산님과 산에서 만나 연애결혼에 이른 참한 산꾼부부인 셈이다. 그 산꾼부부를 황악산갈대숲에서 만나자마자, 통성명도 없이 스와핑하자고 폭탄선언하며 마음을 교우했던 우리들이였다. 그 후 난 나비아타부부의 친절을 톡톡히 은혜 입으며 지냈지만 그녀가 오늘 또 우리부부를 즐겁게 해 줄 거라고는 상상이나 했었던가?

 

성공한중계사가 되려면 고객의 취향과 주문하는 지향점의 핵심을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간파하고 거기에 맞는 물건을 빨리 물색하느냐?에 달릴 거란 생각을 나비아타를 지켜보며 해봤다. 덩달아 내가 깨우친 건 욕심을 내려놓는다는 게 얼마나 지난한 자성(自省)인지도 아름해보는 계기였다. 집은 소유가 아니고 일시적인 거처일 때 행복지수를 더 많이 만끽할 수가 있다는 생각으로 집의 노예생활을 탈피하려 했으나 도루아미타불이 된 나였다.

 

-울집 내부-

자주 이사해야 한다는 불편을 감수할 배짱이 없어 결국 임대주택을 외면했

. 수선하고 관리하며 유지하는 노력과 비용이 이사하는 불편보단 결코 유리하거나 수원하지 않는데도 말이다.

임대주택을 선호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정부정책의 잘 못이 클 것이다. 저렴한 금액으로 장기적인 임대를 할 수만 있다면 주택에 대한 소유의 개념은 빠르게 시정 될 것이다. 임대주택이 편리하고 금전적인 면에서도 유리하다면 누가 비싼 주택구입에 평생을 걸다시피 할 텐가

 

언제쯤 집이 돈벌이 투기물이 아닌 죽을 때까지 머물다가는 쉼터로 바뀔까? 소형주택이 아닌 호화주택입주자는 많은세금으로 노불리스 오블리쥬의 살기좋은 나라만들기에 기여하는 행복을 누리게끔 해야 한다. 부자가 욕 먹지 않고 가난한 자의 축복을 받을 수 있도록 정부는 길라집이 노릇을 해야 한다.

 

우림한솔아파트의 장점은 앞뒤면 베란다 전부를 그대로 유지한 채 넓은 창호로 채광과 통풍을 극대화시켰다는 점이였다. 그래서 거실과 주방이 동시

개폐문 할 수가 있고, 넓은 베란다는 다용도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단 점이였다. 전세자금으로 아파트를 매수한다는 매리트가 우리내욀 사로잡은 또 하나의 이유였다.

 

 

운 나쁘면 2년마다 이살 해야하는 세입자의 고충에 아낸 지례 겁먹은 거였다. 하다보니 아파트를 신청해놓고 또 아파트를 매수한 꼴이다. 하나라도

내려놓자던 우린 되려 짐덩이를 부풀려가는 또라이짓 함이라.

2015. 09. 20

 

Posted by peppuppy(깡쌤)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