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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귀촌일기

귀향 첫발이 가시밭길이어서야?

귀향 첫발이 가시밭길이어서야?

 오늘, 불갑면 방마로 355-22에서 내가 여생을 엉덩이 붙일 조그만 집을 지으려 포크래인업자를 불러 택지정비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오후 3시쯤 영광군청소속(환경녹지과) 승합차가 들어와 직원 두 명이 내려 “지금 무얼 하시느냐?”고 묻는 거였다.

“집을 지으려 정비작업을 하고 있는데요. 무슨 일로?”라고 대답하며 되물었다.“누가 신고를 해 나왔습니다.”그러곤 더 이상 말문을 닫고 젊은 직원 한 명은 차를 몰고 현장을 떠났었다. 영문을 모르는 난 여간 궁금하여 “어떤 신고가 들어왔는데요?”라고 다시 물었다.

그도 현장에 와보니 확증할만한 범법행위를 발견치 못했는지 시원한 대답을 하지 않고 있었다. 포크래인정비작업은 계속되고 그와 난 무료히 딴전을 피우고 있었다. 나로썬 딱히 뭐라 할 얘기도 얼른 떠오를지 안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아까 떠난 직원이 돌아왔고, 젊은 직원은 지적도 한 장을 직원에게 줘 현장을 확인하는 거였다. 현장지목이 대지인지를 확인하는 성싶었다. 그는 대지와 임야 경계선을 가리키며 월경하지 말 것을 당부하고 떠났다.

개뿔도 아닌 신고로 바쁜 공무원은 별 볼일 없는 출장을 해야 했고, 시간과 경비를 낭비케 했으며 훈훈한 고향에 대한 나의 애정이 실망과 슬픔으로 뒤죽박죽되는 거였다.

익산에 살고 있는 난 며칠 전(9일) 영광군청에 들러 측량에 대한 문의를 하러 지적계를 찾았었는데 마침 이희연과장을 만나 그의 친절한 안내로 측량은 집설계도를 관계부서에 제출하면 인허가행위 때에 자동으로 나가서 하게된다는 거였다. 덤으로 택지 안에 있는 나무 몇 그루는 굳이 신고하지 않고도 정비작업을 하면서 제거해도 괜찮다는 언질도 들었기에 포크래인업자를 섭외하여 오늘 정비작업을 하기로 약속하여 난 새벽에 익산을 출발했던 바다.

난 불갑초등교출신으로 중학교 때부터 고향을 떠났으니 반세기가 훌쩍 흘렀다. 누구나 고향에 대한 애틋한 향수를 간직하고 살듯이 나도 예외는 아니어서 마침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택지와 임야가 있기에 여생을 고향의 자연 속에서 묻혀 살기로 작심했다. 거기에 또 하나의 복심은 위암수술로 접었던 '영광불빛길 만들기'를 어떻게던 시도해 보겠다는 꿈 이었다.

또한 초등동기들과 30여년 이상 친목계를 유지해오며 격월제로 귀향 하여 우의를 다져왔고, 농번기엔 짬을 내어 일손을 돕는다고(생각만큼 도움이 됐는지는 모르겠으나?) 며칠씩 농활을 몇 년 동안 한터라 나쁜 이미지는 안 심었을 거라고 내 깜냥엔 자긍심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첫발을 딛자말자 범법자로 고발당하니 형언할 수없이 맘 아프고 착잡했다.

마땅히 불법행위는 고발돼야 하고 응분의 책임과 함께 바루어져야한다. 따라서 확실한 범법자을 신고하는 자에겐 포상을 해야 한다(범법자는 벌금을 내야하고 벌금의 일정분이나 지자체예비비를 포상금으로-). 대신 다분히 주관적인 판단에서 확신도 없이 하는 고발행위는 지탄받아야하고 그로인해 야기 된 공무원의 시간·경비의 낭비와 불신사회 만들기에 일조한 범칙금을 물게 해야 한다. 하여 지자체는 '사회부조리 고발건'에 대한 조례를 만들어 건전하고 명랑한 사회 만들 책무가 있다하겠다.

더구나 요즈음 각 지자첸 인구 하나 늘리기에 혈안이 돼 온갖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행정과는 달리 일부 몰지각한 자가 개뿔도 아닌 고발로 위화감을 조장한다면 귀농(향)정책이 성공할 수가 있겠는가?

하긴 장삼이사가 아닌 대통령도 내곡동사저건을 꼼수와 편법으로 얼렁뚱땅 넘기려다가 외아들 찌질이 만들고 세계의 토픽난을 코미디로 장식했으니 일반인도 어디 별난 짓이 눈에 띠면 불법행윈 줄 알고 고발할 만도 하다.

전과가 대단한 대통령MB가 끝까지 국민들에게 상처를 주니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국민들은 범법 트라우마에 중독 돼 무분별한 고발을 하게끔 됐는지도 모르겠다.

내 고향 영광은 그런 트라우마에서 해소 된 이지적이고 따듯한 인정이 넘치는 영광스런 고장이길 기원하고 싶다.

나도 거기에 속한 주민이 됐으면 좋겠다.

2012. 11.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