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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계림산수갑천하 양삭풍경갑계림 (桂林山水甲天下 朔朔風景甲桂林)

취계림향(醉桂林香)


3/25.pm11시 계림국제공항에 도착한 우리부부는 짙은 안무 속을 뿌옇게 투시해 오는 수은등빛의 졸음이 꼭 1년 전 하노이 공항을 연상케 하였다.

여행사가이드의 안내로 우리일행(18명이였다)은 버스에 올라 1시간여를 짙게 너울대는 안개비속을 헤쳐 호텔에 도착 체크인 했었다. 아담한 가로수는 수은등빛을 이고 졸음을 쫓느라 검초록 이파리들을 이따금 살랑대는데 그게 말로만 전해 듣던 계수나무라 했다.

새 싹들은 불빛에 유난히 번들거려 신비감을 배가시켰는데 그들의 텃밭으로 나들이를 왔겄다.

호기심과 긴장감을 억누르며 자정쯤 호텔에 도착-체크인 했다.

난방이 작동되지 않는 호텔방에서 서로의 체온으로 밤을 새워야 할 우리부부는 가이드에게 항의했으나 이내 다소곳해 지곤 말았었다.

연평균 19˚c이고 강우량이 1500mm나 되는 아열대기후대인 계림에선 대게 3월 하순경엔 난방을 끄기 땜에 미안케 됐다는 장황한 해명(?)에 첫날밤에 대한 불만을 되새김질 할 수밖엔 없었다.

뷔폐 조식 후 am8:30 투어버스에 올랐지만 우기라서인지 풍광은 안개비 속에서 좀체 헤어나질 못하고 있었다.

어제 밤 유난히 번들거렸던 갓 돋은 이파리들은 계수나무 새싹 들이였고 가로수뿐만 아니라 도시 전체를 아우르는 상록수림을 이루고 있어 안무 속 계림을 싱그럽게 하였다.

어릴 적 ‘달나라에 존재했던 토끼와 계수나무’의 그 나무가 이곳에 군락을 이루고 있음엔 어찌 나에게 신수(神樹)가 아니겠는가! 그 계수나무가 8월에 개화하기 시작하여 초갈엔 만화방창하고 도시는 꽃향기에 홍건이 젖게 된다니 주민들의 계화향에 취한 모습을 상상함은 ‘桂林山水甲天下醉桂香’이라 할 것이다.

계수나무 사이를 맴도는 안개를 가르며 태극권에 심취한 채 아침을 맞는 시민들을 부러운 눈빛으로 응시하며 첩채산(疊彩山:색 비단 폭을 수 없이 포개어 놓은 것 같은 산)을 오른다.

73m정상까지를 계단으로 된 가파른 바위산을 올라서니 계림시가지가 한 폭의 수채화처럼 다가왔다. 안개물 머금은 이파리들을 반짝이는 계수나무 사이사이로 깔끔하고 단조롭게 앉아있는 주택들은 어슬렁거리는 안무를 허리춤에 감고, 군데군데 솟아 있는 바위산들이 수반 이의 석봉(石峰)으로 멀리서부터 굽이쳐 흘러오는 이강(漓江)에 둘러 싸여 있음이 이제 막 붓질을 끝낸 수묵화 같았다.

계수나무 숲(계림) 속 시가지에 듬성듬성 젖가슴마냥 돌기한 요상스런 산들(첩채산.보타산.월아산.상비산.복파산.월앙산 등)을 이강은 어울러 흐르고, 멀리선 그 요상스런 산들이 수 없이 겹겹으로 이어져 능선을 이루는 천해의 땅이라 어찌 유명세를 날리지 않으리요!

투어버스는 다시 우리를 시내에서 동쪽으로 7km떨어진 요산(堯山)을 오르게 하기위해 케이불 카에 바톤을 넘겼는데, 우리 부부가 탑승하여 20여 분간이나 비행하긴 처음이라-!


저 밑 구릉 사이사이로 두견화가 활짝 화사한 미소로 우리를 맞아 주고 있어 그 뿌듯한 기분-그대로 부우웅 뜬 쾌재였다. 다만 아쉬움은 지척인 두견화를 가까이서 감상치 못함 이였으나 그도 잠시, 요산 정상에서 쇼핑하는 재미에 푹 빠져버렸다.

2008베이징 올림픽 모자를 1천원. 집사람의 루이뷔똥 짝퉁 손가방을 1만원에 구입했다.

계림의 산들이 거의 석회암 덩어리로 3억5천년 전 해저의 융기로 치솟은 카르스트 지형으로 생성된 기이한 산림(山林)이라지만 이 요산은 유일하게 흙으로 이루어 졌단다.

그래서 요산엔 다양한 숲이 울창하고 또한 능묘군(陵墓群)이 많아 유명타하지만, 내겐 산정에서 바라본 계림시와 청정한 시가지를 병풍처럼 휘돌아 달리는 봉우리 산들이 장관 이였다.

그 산봉우리들이 낮게 흘러가는 안개구름 위로 뉘엿뉘엿 부드러운 젖무덤을 내 보일 땐 산수화의 극치미를 이루고 있음 이였다.

버스로 그 유명한 상비산(象鼻山:코끼리가 강물을 마시고 있는 형상으로 해발200m의 계림시의 상징)를 둘러보며 칠성암을 찾았다. 수백억년에 걸쳐 형성된 석회암 동굴은 갖가지 모양의 종유석들과 석주(石柱)들의 전시장으로 800여m나 이어져 있었다.

늦은 오후, 한나절을 맹수들의 사육장인 용호산장에서 발품에 지친 피로를 풀며 정말 유익하게 보냈었다. 500여 마리가 넘는 사자, 수백 마리의 호랑이와 곰 사육장을 견학하면서 그 방대함에 놀랐고, 그들(동물)만의 쇼를 구경하며 터트린 웃음과 허탈 그리고 인간의 잔인성을 추스려 보는 잠깐의 휴식 이였다고 할까.

더욱 잊혀질 수 없는 일은 황소를 사냥하던 뱅갈 호랑이의 억지쇼(?)였다. ‘동물의 왕국’의 사냥실현(實現)을 보는 바였으나, 황소 목덜미를 물고 늘어진 호랑이가 황소가 거이 죽었다 싶었을 때 어슬렁 도주하다시피 자기 울 속으로 숨어 들어간 행위가 정해진 수순의 쇼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고, 아직 숨길이 끊기지 않은 황소의 최후의 발버둥에 희희낙락한 우리들의 잔인성을 되돌아보는 씁쓸함을 어찌할 수 없었다.

야성을 잃어가는 자신의 처지가 한스럽다는 듯 간헐적으로 포효(咆哮)하는 맹수들의 울부짖음에 애잔한 쓰림 삼켜보기도 했던 난, 나 또한 그들에겐 잔인한 동물임엔 틀림 없으렸다. 아무런 죄 없는 그들을 울안에 가두고 약간의 음식으로 자기네들을 길들이려 온갖 수단을 동원하는 치사하고 잔인한 동물 - 자기네들의 감옥생활이 뭐가 그렇게도 흥밋거리라고 돈 내며 구경하는 피도 눈물도 없는 동물들임엔 틀림없다.

미상불 인간이 지구상에서 가장 잔인한 동물임엔 변명의 여지가 없을 것 같다. 그들의 본성[야성]을 뺏고 약간의 먹이로 꼭두각시를 만들어 돈벌이를 시키다가 토사구팽, 그들 시신을 동강내어 또 거금 받고 팔아치우는 인간의 무자비함을 그들은 운명인양 감수하고 있음을, 아니 그 울분을 삭히다 못해 굵은 눈물위에 슬픈 탁음(濁音)으로 표호 하던 모습이 찡하다. 허나 그 측은심도 잠시 뿐---.

땅거미 기웃거리자 주린 배 채우러 식당엘 기어들었고 이내 포식 후 침구를 찾는 나였다.

사랑, 행복, 기쁨, 슬픔, 분노, 절망 등 모든 것은 내가 존재함으로 비롯됨이라.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라고 애써 자위하며 눈을 감는다.

다음날, 버스는 안개를 헤치고 싱그럽게 몸 풀어 안는 신록의 들판에 가쁜 숨을 토하다 이강 유람선 선착장에 닿았다. 유람선에 올라 계림의 요체인 山靑, 山秀, 石美, 洞奇를 감상할 참인 것이다.

이강유람은 계림에서 양삭까지83km중 죽강~양삭의 50여km가 백미라.

처녀의 젖무덤처럼 몽실한 봉우리가 엷은 안무를 휘감고 겹겹히 다가오는 비경은 몽환적이다는 말로 대신할 수 밖엔 없을것 깉다.

누가 장가계를 남성에 계림을 여성에 비유했는질 모르겠으나, 그윽한 여성의 품안을 몇 시간을 풀어헤치는 신선놀음은 와보질않고, 유람하지 않으면 필설로 다 할 순 없음이라.

이강 양켠의 몽환적인 비경을 백리화랑이라 함인데 오즉하면 중국은 20위안 인민화폐에 새겨 넣었겠는가!

계림도 하롱베이처럼 3억년 전쯤엔 심해였다.

지구의 지각운동으로 융기 돼 유구한 세월동안 바람과 비와 물길이 빚은 카르스트 지형의 극치미를 이룸이란다.

하롱베이는 바다를 가르며 그 신비경을 엿볼 수나 이었다지만 이강의 산수는 먼발치에서 눈요기 주마간산이라.

허망하긴 가마우지 두 마리 추켜들고 스냅사진 찍기만 학수고대하는 어부 아닌 어부(?)의 맹탕 친 한나절에 다름 아닐까 싶었다.

하나 또 고이 한 것은 한 뿌리에서 여러개의 대나무가 솟아 자라다 버드나무처럼 고개를 늘어뜨린 봉미죽(아열대지방에선 잘 자람)의 관상까지도 ‘친애하는 주은래 동지께서 심으란 지시’로 비롯됐다는, 인민들의 걸핏하면 ‘지도자 은혜 어쩌구저쩌구-’ 하는 탈사회주의를 못하고 있는 앵무새(?)말 이였다.

어쨌든 한나절 남짓을 배타고 감탄사만 꿀꺽꿀꺽 삼키다,

또 버스를 타고 질리지도 않는 그 놈의 산수화를 눈알이 시리도록 주어 담다,

이젠 대용수(大塎樹)란 큰 봉분 같은 나무 앞에 턱하니 서게 됐었다.

수령이 천년을 넘겼다는 그 놈은 가지를 땅에 늘어뜨려 뿌리를 내리는 식[지주근(支柱根)]으로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그 뿌리내린 줄기가 시멘트 버팀목 같아 만져보았는데 용수의 줄기가 틀림이 없었다. 땅덩어리가 넓다보니 별것을 다 눈요기 감으로 우리네 시선을 현혹시키고 있어 부러운 눈길에 혀를 찼다.

난방이 필요 없는 상온의 땅에 山水甲天下인 구이린(桂林)에선 우리 돈 월 백 만원쯤이면 중류생활은 할 수 있다니 입맛이 당겼다. 그래저래 매력이 넘치는 곳 이였다.

10만개의 요상한 봉우리 산이 가는 곳마다 각기 다른 모습으로 반겨주고, 이강이 꼬불꼬불 석회암 봉우리들을 감싸고 흐르니 산수 유람하며 유유자적하기 딱 좋은 곳이라 하겠다.

06. 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