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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위암, 병상병기

코로나19 생활치료센터(토요코인 호텔) 열흘

코로나19 생활치료센터(토요코인 호텔) 열흘

12/5(일)

새벽2시경 화장실을 다녀온 이후 잠이 오질 않아 뭉그적대다 컴(퓨터)을 열었다. 억지 잠자려고 눈 감은 채 멀뚱멀뚱해진 신경 붙들고 애쓸 바엔 산행기나 쓰자고-. 어제 금정산과 범어사트레킹 하느라 4시간쯤 산속을 더듬었기에 숙면 할만 했는데 오늘밤은 좀 이상반응 했다. 그럭저럭 자판 두들기다 아침이 됐고, 식사 후에 찌뿌대대한 몸을 침대에 눕혔다. 눈까풀 닫은 눈은 쉬이 잠은 오질 안했다.

코로나19생활치료센터로 임시 사용 중인 토요코인 호텔

아내가 청소를 하면서 ‘안 잘 테면 천정청소나 거들어 달라’고 볼멘소리를 한다. 내일 귀가하려고 KTX발권까지 해놓은 울부부는 오늘 대청소를 하자고 했기에 아내가 지청구를 떨만 했다. 마지못해 일어난 나는 미세사걸레로 천정과 벽의 도배풀질 얼룩을 지우다가 천정등과 박스에어컨까지 걸레질 했다. 의자에 올라서서 천정청소를 하다 보니 고개도 아프고 무릎관절도 묵적지근하게 절였다. 빵으로 점심을 때울 땐 오한기가 들면서 몸살기도 느꼈다.

생활치료센터 앱 설치 및 물품반입 안내서, 비치된 소독약 스프레이와 액체는 비치된 소모품으로 철저한 위생환경을 주문한다

무릎과 팔굽치 관절에 간헐적인 통증이 오는 등 근래에 경험해보지 못한 몸살기에 시큰둥하던 아내는 얼른 약국을 찾아 감기몸살 약을 사왔다. 그러나 몸살기는 침대에 누워있는 나의 삭신마디마디를 쥐워짜듯 은근히 부대끼는 거였다. 어제 산행하고 잠 못 이룬 밤을 오늘 대청소한답시고 용을 썼으니 몸살 날만하다고 자인하다 문득 코로나19생각이 났다. 코로나19 초기증상이 이런 걸까? 싶었다. 아직껏 건강에 자만심을 갖고 사는 내가 코로나 팬데믹에 제일 취약계층인 70대 노인이란 걸 자성했다.

해질녁의 해운대, 맞은 편에 웨스턴조선호텔

손마디까지 절이면서 오한기가 엄습해 오는 몸살기는 근래에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통증이었다. 체온계는 36.8°C를 밝혔다. 별별 생각 다하다 컴에서 코로나19무료검진소를 검색하다가 숙소에서 도보10분 거리인 구`해운대역검진소를 알았다. 일단 검진 받아보려 숙소를 나섰다. 지하철해운대역사 맞은편에 검진대기자들이 50m쯤 줄서있었다. 방호복 의료진의 간단한 심문에 응답하고 면봉으로 콧속을 살짝 후빈 검진결과는 내일 오후2시에 알려주겠단다. 검진은 잔뜩 긴장한 내가 가소로울 만큼 간단했다.

입소 안내사항과 쓰레기배출시간 등의 규범 인쇄물이 4쪽으로 돼 있다

휴일에다 해운대여선지 젊은이들이 대부분이라 놀랐다. 위드코로나는 해운대백사장을 초여름처럼 북적거리게 한다. 귀가하여 침실로 직행한 나는 몸살기가 도지고 기운이 빠졌다. 무릎이 절리고 으스스한 잠자리는 길고 긴 불면의 밤이 됐다.

12/6 (월)

날씨는 화창 온화했다. 감기몸살기운에 비몽사몽 앓으면서 보낸 밤이긴 하지만 컨디션은 좀 나아진 느낌이다. 체온계는 36.1°C였다. 휴일이 아니라서 백사장의 인파는 한산하다. 밥맛이 쪼금 평상시 보단 당기질 안했지만 다 비웠다. 오늘의 서울행 티켓은 어제 연기해뒀었다. 오후2시면 보건소에서 진단통보가 올 테지만 예감이 양성일 것만 같아 마음준비를 하고 있었다. 인터넷에서 코로나19에 관한 것들을 검색해봤다. 11시쯤 해운대보건소에서 전화가 왔다. ‘양성’이란다.

생활치료센터-토요코인 호텔, 하버타운은 '관광특구'글자가 있는 '특구'자리다

긴장감이 풀리면서 묘하게 어떤 불안감과 두려움이 혼재된 미궁을 향하는 착잡함이 순간적으로 지폈다. 내일 오후에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할 예정이라면서 나의 신상문답에 이어 준비사항을 일러줬다.                 * 마스크 쓴 얼굴과 맨 얼굴의 사진2매. * 사용 중인 카드(번호식별 가능한)사진 1매와 최근 5일간의 카드사용내역서. * 12월1일부터의 나의 일일동정을 기록해 보내달라고 했다. 지난 5일간의 나의 일과를 기록하면서도 언제 어디서 어떻게 감염됐을지? 에 대한 조그만 실마리도 떠오르질 안했다.

1811호실에서 조망한 해운대백사장

동백섬에서 구사포까지의 갈맷길트레킹, 장산과 금정산행, 자갈치시장에서 장보기, 이마트해운대점에서 식료품구입을 위한 아내와의 행적 외엔 특별히 기록할 게 없었다. 지난 닷새간 울`부부는 다중이용시설은 물론 외식 한 번 안 했었다. 하여 지하철탑승 때의 왕복 두어 시간이 감염루트일 가능성이 짙었다. 오후5시, 해운대보건소에서 ‘내일 오후2시쯤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할 예정이니 사전에 예시한 준비물을 챙기시라’ 고 알려왔다. 몸살기는 많이 나아져 거의 평상시와 비슷해지고 체온도 36°C를 벗어나질 안했다.

1811호실창 밖의 해운대백사장

*준비물 ; 속옷 여벌, 휴대폰과 노트북, 간식거리 약간, 퇴실때 입을 옷(이중 포장할 것)한벌을 챙겼다. 입소시 입은 옷은 소각이 원칙인데 소독밀봉해 보관하여 퇴실때 갖고올 수도 있단다.   

12월7일 (화)

오전10경, 부산시 제6생활치료센터 토요코인(toyoko-inn)에 입실할 예정이니 오후2시쯤 보건소운전기사님이 호출하면 숙소출구로 나와 달라는 전활 받았다. 어제 예시한 준비물을 챙기면서 단 한번도 듣도, 보도, 읽어보지도 못한 코로나격리수용소를 상상하느라 약간 두렵기도 했다. 왜냐면 매스컴에서 방호복을 착용한 의료진들과 음압기침대(?)에 실려 음압병실로 이동하는 동영상을 자주 봤던 땜이다. 흡사 지구 아닌 우주인들의 모습 말이다. 오늘은 엷은 몸살기만 느낄 뿐 예전의 일상으로 환원된 듯 한기분이 들었다. 

1811호실 내부

토요코인호텔은 숙소인 하버타운에서 1블록 건너에 있어 도보로도 채 5분이 안 걸리는 위치에 있는데 호텔영업을 잠시 접고 코로나생활치료센터로 변신했나 싶었다. 오후2시, 숙소 앞에서 보건소 엠블런스에 탑승했다. 이미 7~8명이 탑승한 좁은 공간에서 나는 엉거주춤 서있어야 했다. 호텔지하1층에서 입소절차를 밟았다. 고글과 마스크의 보호복을 입은 간호사의 안내를 받아 휴대폰에 환자용 모바일 앱을 설치하고 X-ray촬영 후 각자의 방을 배정 받아 입실하니 코로나 팬데믹세상에 들었음을 실감케 했다. 

1811호실 현관과 욕실

설치한 앱 '생활치료센터'는 모든 의사소통이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간접통로인 셈이다. 내방은 1811호다. 욕실과 더블침대와 책상과 식탁, TV와 냉장고, 커피포드와 헤어드라이기, 전화기와 벽시계에 실내 온도계가 비치된 멀티냉난방장치의 아담한 호텔이다. 호텔 그대로를 코로나치료센터로 전용사용하고 있었다. 깔끔하고 편리한 시설은 나의 궁금증과 불안을 왠만큼은 일소해줬다. 얼마나 머물지 모르지만 깨끗하고 전망도 좋은 호텔방이라 기분 좋았다. 해운대백사장과 한쪽엔 마린시티와 광안대교까지 조망돼 내 숙소인 하버타운의 조망권 못잖았다.

1811호실에서 조망한 마린시티

오후7시쯤 저녁식사로 도시락이 배달됐다. 방문 앞에 놓인 비닐포장된 도시락은 방송을 듣고 반입했다. 개봉해보니 눈맛 만으로도 흡족(?)했다. 입맛을 잃긴 했지만 다 비웠다. 코로나환자가 된 주제에 호텔생활이라니!? 코로나감염자가 된 게 어쩜 내 부주의 탓일 수도 있는데 호텔방 하나를 통째로 무상사용하는 게 미안하단 생각이 들었다. 국가로부터 이런 대접을 받을 자격이 있을까? 우리나라의 의료혜택은 세계 최상위란 말이 이래서 회자되는가 싶었고.  * 체온 ; 오후36.5°C. *몸살 약 트라몰 3일분(9정)을 처방받아 저녁식사 후 1정 복용함.

도시락식단과 침실 침대커버의 담요부푸러기, 부푸러기 재거방법을 타진 했으나 센터 왈, '입실자가 알아서 하란다'

12/8일 (수)

잠자리가 바뀌고 몸살감기기운이 있어도 그런대로 숙면을 취한 엊밤 이었다. 남해바다를 붉게 물들이는 여명은 하버타운에서처럼 창밖에 펼쳐진다. 7시 반에 도시락아침을 들었다. 세끼의 식사는 도어를 열고 문밖에 놓인 도시락을 가져다 먹기에 복도를 볼 수 있는 시간은 쓰레기통을 내다놓을 때와 유일하다. 철저히 자기방안에서 일과를 보내야 하는, 모든 인적교류가 차단 된 독방생활이다. 의료진이나 행정요원과의 소통은 전화 또는 휴대폰 앱‘생활치료센터’를 이용하며 대면(對面)상담이란 건 아예 없나싶다.

엊밤과 아침의 식단은 먹을 만했다. 아무튼 딱히 불편할 정도의 부족함은 없는 듯싶다. 아니 공짜치료를 하는 주재치곤 극진한 대접을 받는 셈이다. 쓰레기는 분리수거 없이 비닐봉지에 넣어 소독(에스엠크린덱스)분무를 하여 플라스틱통에 넣어 문밖에 내놓으면 된다. 한 가지 아쉬운 건 미세사 모포털이 침대시트에 수북이 떨어져 털어낼 묘책이 없어 문의했던바 본인이 해결해야 한다는 싱거운 대답이었다. 청소는 전적으로 각자의 몫인 셈이다.      * 체온; 오전 36.1°C. 오후 36.5°C

쓰레기폐기물통, 모든 쓰레기는 분리수거 없이 노랑봉투에 넣어 소독 후 플라스틱통에 넣어 밀폐 문밖에 내놓으면 오전9시 수거한다

12/9일 (목)

오늘도 쾌청한 날씨는 겨울답지 않게 16°C에 이른단다. 몸살약 복용덕분인지 컨디션도 나아졌다. 코맹이 목소리는 몸살기가 아직 남았음을 의미한다. 식사는 깔끔하고 세끼 메뉴를 약간 달리하여 먹을 만하다. 아내가 어제 검진소에서 검사를 받았는데 양성판정이 나왔다. 예상한 바이지만 심난하고 착잡하다. 아내가 얼마나 낙심해있을지 걱정했는데 의외로 담담해 안도했다. 허나 순수하고 여린 아내가 혼자 보건소를 상대로 어떻게 격리 입소절차를 밟을지도 걱정이 됐다.

저녁식단과 감기몸살약 트라몰8. 캪술약은 식후 1정, 하루 3회복용한다

아내는 인내심이 깊고 건강한 편이라서 잘 극복할 것이다. 재택격리치료보단 나처럼 생활치료센터에 입실하기로 했다. 그게 편리할 거라고 며칠 먼저 입실경험 중인 내가 강추했다. 울`부부가 코로나19감염자가 됐다니? 며칠 전까진 상상도 못한 돌변상황이었다. 세상일을 한 치 앞도 장담하지 못하는 게 인생인가? 아내의 감염사실은 나를 잠자리에서도 무던히 뒤척이게 했다. 불안해 하지 말고 낙관적으로 입소하라고 격려 했지만 착잡했다. 아침식사 보다는 점심과 저녁식단이 좀 더 낫지 싶고. 세끼 도시락제공업체가 각기 다른 성싶다.

싱글룸, 창문으로 해운대바다가 펼처진다

커피와 군것질은 내가 입실시 가져온 것들인데 언제 퇴실할지 모르겠지만 잔여분을 폐기해야 된다나 싶어 신경이 쓰인다. 사실 별 할동없이 세끼 식사를 꼬박꼬박 챙겨줘 시장기를 못 느끼는 하루생활에 간식생각이 날리가 없다. 밤엔 상하실내복과 팬티를 손세탁했다. 아내가 낼 입소시 챙길 것들을 비롯해 오랜만에 많은 통화를 했던 하루였다.  * 체온 ; 오전 36.1°C 오후 36.5°C

싱글룸의 데스크

12/10일 (금)

3일 동안 복용했던 종합감기몸살약 ‘트라몰8시간’이 아침복용으로 떨어졌다. 약발 탓인지는 모르겠으나 감기몸살기운은 가셨지 싶다. 좁은 실내생활이라 운동부족이어선지 몸이 무거워 푸샵 등 실내운동을 하기로 했다. 어제 아내가 보건소로부터 통보 받은 입소예정인 치료센터가 나와 같은 ‘토요코인 해운대2’라서 한결 기분 좋았다. 한 건물에 입소한다고 만날 일이야 없겠지만 지근거리에서 생활한다는 자체만으로도 안심이 되는 거였다. 그래 아내와의 통화는 다소 들뜨기까지 했다. 아낸 담담하게 입실준비를 하고 있었다.

해운대백사장의 빛축제 '미디어 아트;

휴대폰전선과 핫백을 챙기라고 당부했다. 일주일정도 나들이 나온 울`부부의 부산여행이 어쩌다 코로나19확진 자가 되어 격리시설에 입소하는 지경에 이렀는지 자못 운명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근다고 불행하다거나 의기소침하지도 않다. 어쩜 코로나팬데믹이란 미지의 여행을 떠나는 묘한 기분에 젖어 들기까지 했다. 그럴 소이는 그냥 가벼운 감기몸살 기운만을 느끼는 탓일 테다. 구글과 방호복을 착용한 의료진이 음압기구 속의 중증환자를 돌보는 음압병상의 메스컴 뉴스는 딴 세상이라고 치부하는 낙관적 생각이 들어서다.

미디어 아트1

오후에 의료지원반에 복용약 트라몰8 소진을 알려 다시 처방조제 하여 보내겠다는 여의사의 답을 들었다. 오후4시를 넘겨 아내가 1013호실에 입소했음을 확인했다. 아내의 방은 북향이나 싶었다. 바다가 아닌 장산자락이 보인단다. 어떻든 아담하고 정갈한 호텔방이라 안도가 된다고 만족해하고 있었다. 비누,린스,슬리퍼가 없다는 아내에게 상황실로 연락하면 해결된다고 며칠 먼저 입소한 나의 경험담을 알려줬다. 같은 건물에 있어 공유할 수 있는 행운 아니겠나! 전화도 휴대폰 아닌 구내전화를 이용하면 되니 수다를 떨어도 될 게고. 보다는 아내가 인터넷접속으로 화상통화를 할 수 있음 더 좋을 텐데~?

미디어 아트2

10층과 18층 사이의 부부! 만날 수는 없지만 느낄 수는 있는 독방 속의 부부의 일상은 얼마나 지속될지? 코로나19는 로맨스그레이의 연정을 되살리는 치유의 선물을 주게 될지도 모른다. 전염병환자 부부가 되어 짧은 기간 격리치료를 받아 완치하여 일상으로 회귀한다. 얼마나 극적이기도 하고 운명적이기도 한 로망스 같은 추억이 될까! 어쩜 소원해지기 쉬울 노년의 애정을 성찰해보는 계기 말이다. 울`부부는 그렇게 되기를 염원한다. 참 역설적이게 기분 좋은 밤을 맞는다.    * 오전36.1°C 오후36.9°C

마린시티의 석양과 밤풍경

12/11 (토)

아침8시쯤, 전화선 타고 온 아내의 목소리는 약간 코맹이 소리였다. 해도 컨디션은 괜찮단다. 식사(반찬)도 괜찮은데 찬밥이라 싫단다. 도시락업체에서 센터까지 배달된 식사는 다시 방문 앞까지 배달되는데 반시간쯤 걸렸다. 센터서 방문배달 시작방송을 한 후 반시간쯤 후에 식사개시 방송을 함에 도시락업체에서 방문 앞까지 한시간정도 소요될 테니 따끈한 식사는 애초에 기대할 수 없다. 몸살 약 ‘트라몰8’ 2일분이 식사봉투 속에 배달됐다. 퇴실 시 음식물 반출은 안 된다지만 집에서 가져온 사과와 귤을 아껴먹을 참이다. 과자와 카스테라도 있는데 카스테라는 냉장고에 보관하고 있다. 지금까진 배고프단 생각이 들지 안해서다.

광안대교

이따금 도시락에 넣어 주는 과일 한쪽은 한입거리도 안되지만 그 자체만으로 식단은 신선한 기분이 든다. 커피는 식사 때마다 마신다. 암튼 입소하여 먹거리로 크게 불편을 느끼진 안했다. 매스컴은 매일 확진자가 7천 명대를 웃돌아 바닥나는 병실로 당국은 고심하고 있다니 재난도 이런 재앙은 없지 싶다. 년 말을 맞아 위드코로나 생활을 접해야 진짜 큰 재앙을 막지 싶다. 부산도 매일 확진자가 3백 명을 웃돈단다. 델타나 오미크론 탓만 할 수 없다. 위드코로나 전의 1단계수준으로 환원하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김미숙(김용균재단 이사장)님이 윤석열 후보의 중대재해처벌법을 없애겠다는 주장에 반대한 기사가 맘에 닿았다.

재해 사망한 김용균을 기리며 만든 중대재해처벌법은 국민 72%가 찬성한 법이다. 근디 윤후보는 대통령 되면 이법을 없애겠다면서 52시간제 근로시간을 120시간까지 연장하겠다고 했다. 바쁠 때 작업시간을 늘려 생산을 높이고 임금도 더 받자는 논리다. 지금도 적잖은 노동자들이 과로사로 희생되고 있는데 과연 그게 가능할까? 기업체는 쌍수들 것이다. 윤후보가 보수꼴통들의 갑질문화를 공유했던 사고에 아직도 머물고 있나싶어 안타깝다.

* 오전36.2°C 오후36.7°C

12/12 (일)

날씬 맑고 따뜻하다. 해운대백사장은 초여름인파다. 코로나확진자가 며칠째 7천여 명을 웃돈다고 당국에선 비상조치를 만지작거리는데 일부 시민들은 마이동풍이다. 입실5일째에 ‘정신건강 자가진단’을 환자용 모바일 앱상에서 했다. 근래에 어떤 일로 야기된 트라우마에 대한 질문에 응답하는 식이다. 나하곤 별 상관없는 진단이었지 싶다. 식사는 대게 다 비웠다. 아내는 입맛이 별로인데다 방콕생활이라 시장끼도 못 느껴 밥을 남긴단다. 어찌 됐던 투병생활이니 도시락을 비워 기운을 충전하라고 충고했다. 오후엔 욕탕에 물을 채워 온탕을 즐기고 세탁을 했다.

오늘 TV에서 안소니 홉킨스의 <더 파더(The Father)>라는 영화를 봤다. <더 파더>는 알츠하이머병을 앓는 노인이 경험하는 시`공간의 사건들을 ‘잊거나 끊겨 왜곡되는 기억’의 파편들이 노년의 삶을 어떻게 망가뜨리고 혼란케 하는지를 보여준다. 지워지는 기억의 과정 속에 자신도 소멸한다는 두려움의 영화다. 영화는 노인주변의 인물들과 행동이 부서진 퍼즐처럼 시간과 공간 속에 뒤죽박죽 헷갈려 감이 잡히질 않는다. 그 조각난 퍼즐들은 이내 한 노인이 알츠하이머란 기억단절 내지 비틀림이 빚은 서글픈 노년의 삶인 걸 보여준다.

치매를 앓는 노인의 뒤틀리고 단절된 기억은 자존심 강한 노인을 혼란스런 상황에 내모는(?) 주변사람들의 행동이 얄밉고 이해할 수 없어 괴롭고 분하다. 그러나 그 분통터질 일들은 누구의 도움도 기대할 순 없는 오직 자신이 견디면서 해결해야만 하는, 생의 종말인지를 인식하지 못하는 비애인 것이다. 같이 살던 딸 앤이 남편 폴과 함께 파리로 이사 가면서 자신을 요양원에 맡긴 사실을 노인(안소니)은 까마득히 망각한다. 그래 어느 날 노인은 간호사(캐서린)에게 묻는다, 여기가 어디고, 앤은 어딜 갔고, 저기 저 남자는 누구냐? 고. 간호사가 답한다.

“앤은 몇 달 전에 폴과 함께 파리로 이사 갔으며, 얼마 전에도 앤이 보낸 편지를 같이 읽었다.”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전개에 황당해 하는 노인, 자신의 정체마저도 망각의 늪에 소멸시키다가 문득 문득 깨닫는 기억의 파편을 붙들고 울음보를 터뜨린다. 간호사는 그런 노인을 보듬어 쓸어주며 화창한 공원산책을 나가자고 어린애 달래듯 한다. 창밖에서는 나뭇잎이 떨어지고 있었다. 나의 치열했던 삶이, 사랑이, 그런 노력과 성과물들이 사랑하는 사람들로부터 잊혀지고, 무관심해지는 세상은 얼마나 치욕적인 불행인가? 더구나 내 스스로도 잊혀 진다는 비극은 공포일 것이다.

동백섬 등대와 오륙도

기억은 나를 지탱하는 신경이다. 내 몸은 헤아릴 수 없을 신경들로 이루어진 성체라서 어느 한 가닥의 신경에 결함이 생기면 마비현상이 오고 기억은 지워진다. 신경이 절단나면 신체도 붕괴된다. 그래 그 신경이 망가지기 전에 기억을 붙들어 놓으려고 기록을한다. 기록이 인생의 비극적인 종말과 공포에서 탈출이라도 할 해방구라 여기는 탓일 거다. 허나 그 기록조차 부질없는 짓이란 걸 법정스님은 설파하지 안했던가!  85세의 안소니 홉긴스는 영화 <파더>에서 자신을 보았을 테고,  또한 영화 <파더>는 거부할 수 없을 내일의 나의 모습일 것이다.  

* 오전36.2°C  오후36.8°C

아스팩 앞 바다 수평선 위에 오륙도가 노을빛에 선명하다

12월13일 (월)

내일이면 입소 1주일째가 된다. 컨디션도 좋고 식사도 잘 하고 있으니 나이롱환자기분이 든다. 외부와 완전히 단절된 독방생활이 답답하긴 하나 아직까진 견딜 만하다. 내 생전에 타율(?)에 의해 독방에 갇혀 완전 고립된 생활을 해보긴 처음이다. 며칠 내에 귀가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기 망정이지 무기한상태의 고립이라면 미쳐 환장할 것이다. 무기수의 독방생활이 어떨지를 감히 상상해 봤다.

사람은 혼자서 살수 없는 사회적인 동물이다. 그 사회적인 생활에서 사랑과 의욕이 돋고 열정과 의지 속에 소기의 목표를 위한 노력이 성취에 이르는 기쁨은 생존의 의의일 것이다. 그런 끊임없는 도전의 삶에 가족과 지인들이 곁에 있다는 사실은 위안이고 격려다. 매일 식구들과의 전화통화 속에서 그런 신뢰감을 확인하는 생활치료센터의 독방생활은 신선한 희열이고 감사였다. 가족의 중요성과 사회생활의 의미를 새삼 절감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 오전 36.5°C, 오후 36.2°C

해운대 마린시티 야경

12/14 (화)

생활치료센터 진료실 간호사와 통화를 했다. 만 1주일짼데 검진은 언제쯤 하는지 궁금해서 문의 했는데 모레(16일) 퇴실예정이란다. 음성판정도 없이 퇴실해도 되느냐? 는 질문에 양성이었던 바이러스가 10일간의 철저한 격리생활 속에서는 자멸된단다. 매일 앱상에서 체크하는 체온과 상담으로 선별, 치료를 요하는 환자는 병원입원치료수순을 밟게 되나 싶었다. 암튼 나는 16일 퇴실한다는 건 확실하다. 음성 확인을 알고 싶으면 검진소에서 다시 검진 받으란다.

겨울에 개화하는 털머위와 팔손이

신명이 났다. 코로나독방에서 해방된다는 사실을 빨리 아내와 애들한테 알려주고 싶었다. 기뻐하는 아내의 호들갑이 전화선을 타고 울렸다. 퇴실하면서 곧장 검진소에 들리라는 당부를 하면서~! 해운대보건소에 전활 넣어 부스터 샷 신청을 하고 백신접종예약을 확인했다. 17일 12시에 해운대 강내과 서강약손 한의원에서 3차 접종을 받기로 했다. 열흘간 치료 후 건강상태가 양호하면 퇴실 시키는 게 생활치료센터의 매뉴얼이라면 아내도 다음주초쯤에 퇴실할 것이다. 귀가하면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키는 것만으로 꺼림직하면 소독을 하면 더 좋다고 했다.

1811호실에서 조망한 여명

집엘 간다는 기대감, 편히 쉴 공간으로써의 가정이란 울타리는 행복의 첫 조건이다. 가정은 삶을 영위하는 원초적인 터다. 터는 생명체에 생명수를 제공하는 태반인 것이다. 그래서 사람은 좋은 터를 잡아 튼실한 가정을 꾸리려 온갖 심혈을 쏟는다. 어쩜 좋은 터를 잡기 위한, 그 터를 보전관리하기 위한 부단한 노력이 삶의 전부처럼 여겨질 정도로 말이다. 모레가 엄청 멀게만 느껴지는 하루였다. 늙어도 아니 늙을수록 귀소본능은 절절할 것 같다. 가장 편안한 안식처가 집이 아닌가!           * 오전 36.2°C, 오후 36.3°C

자갈치시장, 여기 아님 지하철 속에서 감염이 됐을까?

12/15 (수)

YTN과 오마이뉴스를 비롯한 매스컴에 ‘김건희의 진실공방’으로 도배질 됐다. 김건희는 2007년 수원여대, 2013년 안양대에 제출한 겸임교수 지원 이력서에 허위경력을 기재한 의혹제기다. 주관기관인 SICAF와 문화체육관광부에선 2004년 ‘대한민국 애니메이션 대상’을 수상했다고 한 김건희의 이력서처럼 수상자 명단에 김건희(김명신)의 이름은 없었다. 고 밝혔다. 애니메이션 대상작은 ‘캐릭터플랜’이 제작한 ‘해머보이 망치’라는 작품이었다. 더구나 2013년은 김건희가 윤 후보와 결혼(2012년)한 이후 시점이다. 김건희나 윤석열후보가 밝혀야 한다.

또 수원여대에 제출한 게임산업협회 재직증명서도 “당시 제출된 임원 명단에 김건희는 없었다”면서 “지금까지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난 김씨의 허위경력 의혹만 해도 총 12건에 달한다”고 이용빈 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은 상습범이라며 석명을 요구했다.

김건희는 “2004년 서일대 시간강사 서류제출 때 한림성심대 근무를 한림대로, 광남중 교생을 교사로 바꾸고, 2000~2001년 수원여대에는 영락여상 미술강사를 영락여고로, 2012년 국민대 겸임교수 될 때는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을 경역학과 전공으로 허위기재 했거나 부풀였다.”고 도종환 의원이 주장했다. 또한 수원여대에 제출한 A사 재직증명서에 김건희는 2003년부터 2005년 3월까지 근무했다는데 이 A사는 2004년에 설립됐다. 존재하지도 않은 회사에 다녔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관련기사 : 김건희 일했다는 게임협회장 김영만·김범수 측 "기억없다" http://omn.kr/1wfdp)

# 아래 글은 <오마이뉴스> 조선혜 기자가 쓴 12/15일자 기사 <김건희 허위 이력 묻자 윤석열 “채용비리? 현실을 잘 보라” http://omn.kr/1wfhx>를 보고 어느 대학 강사가 쓴 기사다.

“가짜 경력을 부풀리고 타지도 않은 상을 탔다고 기재하며 신성한 교육자의 강단에 서다니요? 교육자로서의 진실된 사명감과 책임감, 과연 윤 후보 부인과 후보 본인은 그것을 중심에 두고 판단하신 게 맞습니까.”

“대학과 대학원의 시간강사 및 겸임교수 채용전문 사이트인 하이브레인넷(https://www.hibrain.net/)에 들어가 보십시오. 어떤 과정과 절차로 강사채용이 진행되는지 알 수 있을 겁니다. 시간강사와 겸임교수는 전혀 다릅니다. 채용 카테고리도 다르고 처우 및 급여 수준 모두 차이가 있지요. 

겸임교수는 전공과목과 유사한 직장에 근무하면서 가르치는 직종이고 시간강사는 그와는 상관없습니다. 호칭부터 다르고 갖추어야 할 자격도 다릅니다. 시간강사들이 모두 대충 소개로, 알음알음으로, 실력도 없는데 연줄로 요행을 바라며 운 좋게 그 자리 꿰어찬 것처럼 일반인들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다분한 발언을 하신 윤석열 후보님. 본인부터 먼저 강사 채용 절차를 제대로 파악하고 발언하시길 바랍니다. 전국의 시간 강사들을 매도하신 책임, 진지하게 묻고 싶습니다. 정말 아침부터 진이 빠지는 하루입니다.”

코로나19 pcr검사소인 구해운대역사 앞

"쥴리와의 만남 사실대로 이야기"

# 김건희, <오마이뉴스>에 밝혀... 실명 증언 안씨 "그날 이후 조남욱 회장이 한번 더 초대"

 

김건희 "내가 쥴리 아니란 것 증명하겠다"... 안해욱 "쥴리와의 만남 사실대로 이야기"

[단독] 김건희, <오마이뉴스>에 밝혀... 실명 증언 안씨 "그날 이후 조남욱 회장이 한번 더 초대"

www.ohmynews.com

12/16 (목)

구 해운대역사

오전9시반, 퇴실수속을 밟고 생활치료센터를 나왔다. 겨울비-가랑비가 내리고 있었다. 숙소까지 도보로 5분남짓 거리라 겨울비 속을 거닐었다. 열흘만에 맛보는 바깥공기는 상쾌했다. 치료센터 안의 공기와 바깥공기가 다를 게 없음인데 심호흡 하면서 겨울비 속을 걷는 기분은 묘하게 싱그러움이었다. 숙소 오피스텔에 들어섰다. 아내가 입실하면서 얼마나 정갈 떨었던지 응접실바닥이 광택이 났다. 흐린 날씬데도. 창문을 열었다. 해운대 바닷바람이 수증기를 가득 품고 실내로 밀려든다. 가랑비 속에 모래사장을 아장대는 사람들이 그림처럼 다가온다. 코로나팬데믹세상은 딴나라 얘기란 듯~!  

귀가하자마자 율이 택배송한 먹거리 - 소고기미역국, 한우갈비탕,육개장갈비탕, 오리로스.귤,떡,과자,피자 등

빨래대에서 세탁물을 걷고 내가 열흘동안 치료센터에서 소지했던 것들을 꺼내 널었다. 실내를 분무소독 하고 대충 청소를 한 후 PCR검진소를 향했다. 열흘간의 치료결과를 빨리 알고 싶어서다. 가랑비 땜인지 검진행렬은 10m쯤 됐다. 뭣 땜인지 광장의 비들기떼들이 일제히 비상한다. 사시사철 자유로이 비상할 수 있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콧구멍을 후비는 검사결과는 내일 오후2시까지 통보해 준단다. 열흘동안의 생활치료센터 생활이 파노라마 됐다. 코로나팬데믹이 내게 준 값진 스팩 쌓기였다고 자위했다. 아니 독방생활이 주는 단절의 세상맛이 일상과 어떻게 다른지를 체험한 소중한 시간이기도 했다.    오전36.5°C   오후36.2°C

12/17 (금)

구름사이를 뚫고 솟는 아침햇빛이 바다 한 쪽을 가르려는 듯이 빛칼질 하느라 바닷물을 일렁댄다. 모새의 기적을 흉내낼 참인가? 날씬 화창하게 개였다. 12시에 예약한 부스터샷을 맞으러 숙소를 나섰다. 보건소에서 '음성'이라는 어제 검진결과를 메시지 통보해 줬다. 예상대로였다. 아내와 애들에게 알려줬다. 모두 기뻐 격려의 말 한마디씩 토하고 있었다. 해운대구 강내과의원은 집에서 15분거리다. 6월 중순에 백신2차접종을 했으니 더 빨리 맞았어야 했다. 화이자접종을 했다. 밤에 잠자리에 들끼까지 어떤 이상 증상도 못 느꼈다. 코로나19탈출에 예방까지 신속하게 한 셈이다. 아내도 월욜(20일)에 퇴실하란 통보를 받았단다. 내 행적을 그대로 따라 밟고 있음이다. 낙관적인 현상에 울`식구들은 희희낙락대고 있었다.   

해운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