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천천에서 생뚱맞게 ‘벚꽃의 비’가~!
대천천에서 생뚱맞게 ‘벚꽃의 비’가~!
장맛비 그친 아침, 과일 몇 개 챙긴 백`팩 등에 매고 낙동강과 화명수목원을 잇는 대천천변 산책에 나섰다. 내가 대천을 알게 된 건 튤립축제와 화명수목원 탐방 때였다. 금정산서쪽 계곡을 더듬어온 청정물살은 아기소를 아우르고는 시내를 관통하는데 잘 정비된 수로에서 여린 합창을 한다. 맑고 푸르른 물살의 합창은 아리아일까 싶다가 자장가로 변주되길 반복한다. 그 청정한 냇가에 야생화가 해맑게 웃고, 물속엔 물고기와 수생식물이 공존한다. 소소한 생명들의 서식지에서 나의 발길을 붙드는 건 또래들의 여름사냥이였다.
잠자리채로 나비사냥을 하다가 물속에선 피라미 떼몰이에 첨벙댄다. 소녀는 다슬기 찾느라 할머니 시늉이다. 누군가가 피라미 한 마리 잡았다고 쾌재를 부르면 우르르 몰려들었다. 조그만 플라스틱 물통엔 가제새끼 한 마리와 다슬기 세 개에 자갈 몇 개가 전부다. 언제부터 물고기사냥을 한지 모르겠으나 한심하기 짝 없다. 아니다, 개울 속의 자연의 생태계를 엿보는 재미만으로도, 그 떠들썩한 정경을 둔덕에서 지켜보는 어른들의 표정까지도 마냥 행복했다. 게다가 한강에 발목 담근 둔치엔 멋진 조경의 소공원과 산책길이 청정산골 그대로다.
문득 중학시절의 여름방학이 오버랩 됐다. 동네 앞 불갑천에서 물고기 사냥을 하다 둠벙에서 깨 홀딱 벗고 멱 감던 풋풋한 기억이 그리운 추억으로 차환됐다. 또래 그 친구들 지금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 엊그제(토욜)는 고향친구와 통화했는데 친구 P가 전립선암투병 중 수술예후가 비관적이란다. 또 며칠 전에 요양원에 있는 J의 전화를 받았다. 요양원에서 개인전화사용을 제한하는 통에 1여 년간 불통했는데 예상 못한 전화여서 당황했다. 낙천적이고 입담 좋은 그의 말소리가 하 기뻐서 한참을 떠들어댔다. 아들이 요양원생활 퇴실을 동의 안한단다. 어쩜 저승 대기소라는 그의 비관에 유구무언 할 수밖에?
저것도 꽃일까 싶게 신비한 꽃술을 터뜨린 자귀나무 숲에서 <벚꽃의 비>노래가 은은하게 울린다. 중학생인 듯싶은 네댓 명의 남아들이 천변돌멩이에 앉아 희죽대고 있었다. 나는 <벚꽃의 비>가사를 외우고 있지 못하지만 노랫말과 음색을 좋아했다. 꼰대 중에 상꼰대인 내게 <벚꽃의 비>는 꿈에 부풀던 학창시절의 아련한 향수에 빠져들게 하는 거였다.
“교실의 창문에서 벚꽃의 무지개 / 꿈의 한 조각이 가슴을 떨리게 해 / 만남을 위한 이별이라고 믿으며
서로 손을 흔들자 잊지는 말아줘 / 언젠가 다시 커다란 꽃잎을 피우고 / 우리들은 여기서 만나자” 2025. 06. 23
*벚꽃의 비*
(앤단) 모두 각자의 여행을 떠난다 해도 / 우린 친구야 물어볼 것도 없잖아
(강지) 가지각색으로 반짝반짝 했었던 / 날들이 가슴 펴라고 등을 떠미네
(꽃핀) 흙먼지를 날리며 경쟁했던 교정 / 단단한 마음에 풀어놓았던 교복
(하나나) 나무책상위에 그렸던 작은 낙서 / 그 모든 것들이 우리들의 증표야
(꽃핀) 쓰지 못한 답장에는
(지라라) 미처 전하지 못한
(강지) 많은 추억들의 수만큼
(앤단) 눈물이 스미네
(지라라) 어린마음에 상처입기도 했지 / 우리들은 아주 조금씩 어른이 되어있는 걸까?
(합창) 교실의 창문에서 벚꽃의 비가
살포시 앉은 손을 마음에 겹쳐놓고 / 모두를 모아서 만들어진 꽃다발을
하늘에 펼쳐보자 잊지는 말아줘 / 지금은 아직 작고 작은 꽃잎이라 하더라도
우리들은 혼자가 아니야
(요이) 신발장에서 알게 된 사랑의 씨앗 / 복도에서 이야기 했던 불평불만
(타라맛스) 옥상에서 하늘에 그렸던 미래도 / 그 모든 것들이 하늘의 증표야
(요이) 졸업증서에는 적혀있지 않지만
(타라맛스) 사람을 믿고 사랑하며 배웠어
(지라라) 눈물과 웃음, 기쁨과 분함도 / 우리들처럼 파랗게 / 파랗게 활짝 개인 하늘에
(합창) 교실의 창문에서 벚꽃의 무지개 / 꿈의 한 조각이 가슴을 떨리게 해
만남을 위한 이별이라고 믿으며 / 서로 손을 흔들자 잊지는 말아줘
언젠가 다시 커다란 꽃잎을 피우고 / 우리들은 여기서 만나자
(앤`요) 무수히 많이 늘어선 학교 중에서
(꽃`타) 우리들이 만날 수 있었던 기적이
(하나나)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말아줘 / 그 상냥한 너의 미소
(합창) 교실의 창문에서 벚꽃의 비가
# https://youtu.be/iddDSMKl7zY 를 클릭하면 <벚꽃의 비>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