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생포 수국페스티벌
장생포 수국페스티벌
울산 장생포 수국페스티벌 축제장 여정에 올랐다. 작년 이맘때 장생포수국축제에 매료됐던 나는 부산에 머물면서 6월에 들어서자 못내 오늘을 기다렸다. 꽃말이 '처녀의 꿈'인 수국의 순수와 화사한 자태에 빠져들고 싶었다. 한때 고래잡이 포구였던 장생포가 전국 최대 규모의 수국마을로 변신해 6월7일~29일까지 장생포 고래문화마을 일원에서 ‘장생포 수국에 흠뻑 물들다’는 주제로 축제에 들었다. 41종, 3만 본의 90만 송이의 수국이 고래마을골짝에서 장관을 이룬다. 수국은 토양의 산도와 습도와 기온에 따라 색깔이 청보라, 자주, 분홍, 흰색, 붉은색 등 다양하게 피어난다.
수국은 물을 엄청 좋아해서 증산작용과 가습효과가 탁월해 갈증이 나면 금방 시들고 말라죽는다. 그래서 ‘변덕’과 ‘진심’이라는 양면의 꽃말도 가지고 있다. 산성 토양 - 파란색, 염기성 토양 - 분홍색, 질소성분이 적으면 붉은색, 질소성분이 많고 칼륨(칼리)성분이 적으면 꽃 색깔이 파란색으로 변한다. 앙증맞게 작은 꽃송이가 모여 덩어리 꽃이 되는 수국은 엔드리스 서머, 베르나, 주디, 레드라이트 등 다양한 품종이 줄지어 피어나 맑고 산뜻한 빛깔의 세계를 창조해 낸다. 수국은 한국, 중국, 일본에 분포하던 산국을 영국의 식물학자가 품종개량을 한 것이란다.
고래마을의 수국은 아직 만개하진 않았지만 울긋불긋 성장한 인파 꽃까지 촘촘히 박혀 색깔과 빛깔이 빚는 아우라는 자연이 선사하는 장관이다. 수국은 여름 꽃이다. 6월의 밝은 햇살은 고래마을 골짝을 비추고 구름을 타고 온 미풍이 단아한 수국을 스친다. 축제장이 이리 차분하고 조용한 것은 수국이 풍기는 우아한 분위기와 해맑음이 아닐까 싶다. 사람들은 수국축제에서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에 취하는 위로와 감성의 낭만을 공유하는 소박한 행복을 엮나 싶었다. 수국꽃길을 소요하다보면 여느 축제장과는 다른 내면의 성찰에 일기도 한다.
수국은 다양한 환경에 적응하는 섬세한 인자의 활성으로 여러 색깔의 꽃을 창조하여 그에 따른 꽃말도 각양각색이다. 파란수국은 ‘처절한 사랑’, ‘변치 않는 마음’이고, 분홍수국은 ‘진심’, ‘사랑의 고백’이다. 보라수국은 ‘신비로움’, ‘지적인 사랑’이고, 흰 수국은 ‘변덕’, ‘거짓된 사랑’이라 여겨선지 장례식장에서 조화로 이용된다. 더는 프랑스에서는 ‘변덕스러운 사랑’. 미국에선 ‘허영심과 냉정함’, 일본인은 ‘감사와 사과의 상징’으로 여긴단다. 이처럼 수국은 끈질기고 적응력이 강한 실존적인 식물이다. 환경을 탓하기 보단 스스로 적응하는 지혜의 꽃이다.
“수국은 매일 변화하는 생의 토양에 스스로를 던지고, 그 안에서 자신의 온 감감을 동원해 살아낸다. 고통에도, 실연에도, 죽음 앞에도 그는 물들고, 그 물듦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수국은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의 색이 무엇이냐고. 지금 당신이 딛고 있는 토양은 어떤 감정으로 이루어져 있냐고. 그리고 당신은 그 감정에 어떻게 반응하고 있느냐고. 삶이 정체된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감각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라고 어느 식물학자가 수국의 삶을 통찰한 독백을 나는 비망록에 옮겨놓고 공감하며 실존을 담금질해본다. 2025. 06.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