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폭우 뒤끝의 낙동강 생태공원의 뉴트리아

peppuppy(깡쌤) 2025. 6. 16. 11:55

폭우 뒤끝의 낙동강 생태공원의 뉴트리아

기계문명 속의 현대인들의 자연에 대한 동경을 상징화한 바이오필릭(Biophilio) 조형물

어제 부산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다는 뉴스를 접한 나는 생뚱맞게 낙동강 생각이 났다. 강물수위를 높인 탁류가 거칠게 흘러갈 낙동강의 난폭한 얼굴을 상상해봤던 거였다. 글고 비바람과 싸웠을 수초들의 모습도 궁금했고~! 강서구청역사를 빠져나오자마자 연분홍접시꽃이 마중 나왔는데 말쑥한 차림새다. 강안의 초목들도 비바람에 시달린 흔적을 안은 채 강바람타고 6월을 찬가(讚歌)하는 품새였다. 대나무 숲길을 소요한다. 새끼(죽순)들 해산시키느라 야위긴 했지만 대나무는 생기차보였다. 하긴 쑥쑥 자라나는 새끼들의 무서운 성장을 지켜보기만 해도 신나는 판일 것이다.

람부탄은 강모가 있는 껍질로 덮여 있고 과일은 흰색으로 시고 달콤한 맛이 포도와 거의 비슷하다. 람부탄 과일은 과당과 자당, 비타민 C, A가 풍부하다. 플라보노이드, 항산화제, 암 및 항염증 물질도 풍부하여 고혈압 및 당뇨병 치료제로 사용된다

죽순을 채취해가는 얌체족만 없다면 오뉴월은 지네들 세상 아닌가 말이다. 지자체에서 달아놓은 ‘죽순 불법채취’ 경고문이 당황스럽다. 사실 죽순나물 맛이라야 그냥 그렇다. 신선도와 식감이 좋다는 게 내 기억의 전부다. 초지위에 엎드린 땅딸이 꽃들은 폭우와 싸운 상처가 역력하다. 꽃에 상처야 있거나 말거나 하얀 나비 몇 마리는 매파노릇 하면서 꿀 챙기느라 정신이 없다. 놈들의 팔랑팔랑 나는 날갯짓은 평화를 표현하나 싶다. 하긴 꽃 천지 세상에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시간인데 유토피아가 바로 거길 테다. 나비들의 날갯짓에 시간을 잊는다.

▲어릴적에 깡냉이라 부르던 옥수수는 훌륭한 간식 내지 주식으로 지금도 사랑받는다▼
수명 다한 팜파스그라스가 박제작품이 됐다
마가리타는 봄과 가을에 번식하며 온도가 30 °C 이상되는 여름관리만 잘 하면 수명이 길어 화분용꽃으로 인기다

간밤에 누군가가 강변들판에 잉크를 엎질렀나? 진보라색깔이 번져가는 초지에 사람들이 서성댄다. 라벤더세상이었다. 좁쌀만 한 꽃이 모둠피고 그 꽃 봉우리가 군집하여 보랏빛바다를 이뤘다. 바람 한마장이 불면 보랏빛파도는 들판을 넘어 낙동강으로 흘러든다. 라벤더의 보라꽃물결이다. 좁쌀만 한꽃이 들녘을 도배질하며 낙동강 물결과 동행하다니! 자연은 경외(敬畏) 아닌 게 뭐 있을까? 낙동강에 다리를 담근 늪지는 생태계 신비의 보고(寶庫)다. 바람 한 올도 없는 죽은듯한 연지 저쪽에 여울이 생기더니 그 파장의 실체가 나를 향해 오는 게 아닌가?

브리틀리 옥스텅은 6월~10월까지 핀다
부케넌
카모마일은 진정 효과가 있dj  수면을 촉진제로 이용된다

수달이 인사하러 오나? 비위 거슬리는 짓 했다간 도망갈 게 뻔해 죽은 척 바짝 긴장하여 허수아비로 전락했다. 야생수달과 조우라니 대박이다. 놈은 물위의 수초로 오찬을 즐기느라 나를 본채만 채 거드름을 피운다. 근디 5m쯤 가까이 온 놈은 덩치가 크고 머리엔 금색 갈기가 무성한 채 이빨이 황금색이다. 물고기사냥 잠수는 잊어먹었나? 아차! 수달이 아니다. 놈은 말썽꾸러기 뉴트리아였다. 나는 생전 처음 대면이라. 놈들은 낙동강연안에 둥지를 튼 골치 아픈 귀화동물이란 뉴스를 접 한지가 꽤 오래됐다. 놈은 생태계 파괴로 현상수배범이란 벼슬까지 달았다.

농부의 망중한

뉴트리아(nutria)는 스페인어로 수달이라. 스페인인들이 남미를 점령하여 발견한 동물인데 수달과 비슷하여 뉴트리아라고 불렀다. 놈은 모피와 고기 맛이 좋아 우리나라는 1985년경 프랑스에서 100여 마리를 처음 수입하였고, 2001년 가축으로 지정해 사육을 권장했다. 뉴트리아 고기 맛은 소나 돼지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정도라고 입소문 났다. 갈색 털은 촘촘하고 빽빽하게 자라서 속털은 부드러우며 겉털은 거칠고 길어 보온성과 내구성과 내수성 뛰어나 고급모피로 인기였다. 하여 제2차 세계대전 시에는 육군의 방한복용으로 세계 각국에서 사육되었다.

뉴트리아는 초식 위주의 잡식성으로 수생`육상 식물들을 가릴 것 없이 잎과 뿌리와 열매를 닥치는 대로 먹어치운다. 가끔은 작은 곤충을 잡아먹는데 매일 체중의 약25%를 먹어치울 정도로 대식가다. 습지식물의 씨를 말리고, 벼, 배추 등 온갖 농산물 피해가 심각하자 2009년에 생태계를 파괴하는 유해조수로 지정하여 정부의 뉴트리아 사업은 실패한다. 2012년 부산광역시에서 뉴트리아 퇴치를 위해 마리당 2만원의 현상금을 걸었다. 그러자 어떤 분은 5일만에 153마리를 포획하고 현상금 1년 치인 1억원 상당을 몽땅 독식했단다.

▲벚꽃길 20십리는 중앙의 인도와 양옆의 자전거전용길로 조성 됐다. 바이커들에게 꿈의 길일 터!▼

뉴트리아 포획방법으로 활, 총, 석궁, 등의 무기나 독극물질을 무분별하게 사용하여 인명피해가 속출하고 환경을 해치는 부작용이 빈번하자 2014년경엔 일부 지자체에서는 뉴트리아 포획규정을 바꾼다. 포획틀이나 포획망, 덫 등을 사용해서 잡아온 놈만 포상금을 주었다. 쏠쏠한 포상금에 재미 붙인 뉴트리아포획 전문 꾼들이 뉴트리아서식지에 덫이나 망을 설치하자, 기는 놈 위에 나는 놈이라고 그 덫이나 망에 잡힌 뉴트리아를 훔치는 뉴트리아도둑이 생겨났다. 뉴트리아 땜에 골치가 아픈 지자체는 획기적인 뉴트리아 퇴치방법을 창안(創案)해 낸다.

대나무숲길도 벚꽃길과 동행한다
라벤더 들녘에서의 필자

성체 암컷뉴트리아를 잡아다 똥구멍(항문)을 봉합하여 변비와 스트레스를 일으켜 자기 새끼를 죽이게 하는 기상천외한 방법이었다. 항문이 막힌 뉴트리아는 3개월쯤 생존할 수 있지만 스트레스에 시달려 미쳐 날뛰면서 새끼들 죽이는 것 보다 농작물 피해가 더 심했단다. 지자체에서 권장했던 뉴트리아가축화 사업은 외래종의 생태계파괴라는 또 하나의 주먹구구 행정의 표본이 된 셈이다. 경남 창녕의 우포늪과 금호강까지 침범한 뉴트리아 퇴치를 위해 대구광역시에서도 마리당 1만 원의 포상금을 걸었고, 낙동강 유역엔 뉴트리아 사냥꾼들이 10m단위로 구역을 짜서 포획 중이란다.

대나무숲길엔 죽순이 경쟁하듯 하늘로 솟고 있었다

아무 죄 없는 뉴트리아를 혈세 주고 수입해서 골 때리니까 똥구멍을 막아 씨를 말리겠다는 기똥찬 탁상머리 행정이 이젠 뉴트리아엔 웅담 성분이 발견되었다는 희소식에 돌파구가 생겼단다. 뉴트리아 담즙(UDCA)성분을 이용한 웅담 상품화업체들이 등장했다는데 성공하여 개체수를 줄이는데 일조할지? 몸에 좋단 건 벼룩의 간도 빼 먹는 세상이니 호사가들에겐 빅뉴스일 터. 뉴트리아고기 맛이 소나 양, 돼지고기 맛 못잖고, 닭이나 오리고기 맛 같다니 성공확률이 높단다. 다만 사람들이 설치류인 뉴트리아고기를 선호할지가 문제다.

▲부산지역 사상 최대의 폭우가 핥고간 갈대밭▼

2016년, 러시아 모스크바 레스토랑인 Krasnodar Bistro가 로컬보어 운동의 일환으로 뉴트리아 고기를 햄버거, 핫도그, 만두, 양배추 쌈으로 만들어 팔았는데 맛이 좋아서 인기였다. 불쌍한 뉴트리아야, 이젠 니들 똥구멍 수술 안 해도 되겠다. 왕성한 번식력을 자랑해도 된다. 뉴트리아수컷은 4개월 만에, 암컷은 3개월 만에 성적으로 성숙하지만 9개월쯤 되어야 짝짓기 한다. 임신기간은 130일로 한번에 1~13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눈을 뜬 채로 태어난 새끼는 몇 시간 이내에 식물을 먹고 부모와 함께 수영할 수 있다. 새끼는 7~8주 후에 독립한다. 암컷은 유두가 8개, 수컷의 음경은 길이가 15cm고 야행성이니 짝짓기도 밤낮으로 원 없이 할 테다. 놈들의 건투를 빌어본다.          2025. 06. 15

비 온 뒤끝의 도랑에 우렁이 집단소풍을 나왔다. 우렁포획자는 안 보여 슬그머니 도벽심이 발동한 나는 고민(?)했다
꽃망울 터뜨리기 시작한 수국
무궁화도 빗물에 생기 발랄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