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국가정원 - 봄꽃축제
태화강국가정원 - 봄꽃축제
“이보다 더 좋은 날, 더 좋은 꽃놀이는 없을 겁니다.” 꽃이 도시를 바꾸고 있다면서 ‘계절의 여왕 5월’을 찬미한 글을 어디서 읽긴 했는데 기억이 묘연하다. 오늘 아침에 좀 꾸물대다보니 5월 셋째주말 봄꽃축제 나들이길 마저 갈팡질팡 뭉그적댔다. 축제나들이 인파로 교통지옥(?)이 빤할 텐데 벌써 11시를 지나고 있었다. ‘울산 태화강 국가정원 봄꽃축제’장까지 대중교통을 이용 하려면 1시간 반쯤 소요될 터여서 일찍 출발했어야 했다. 봄꽃은 대게 활짝 피자마자 후딱 져버리는 통에 서둘러야 화려함을 만끽할 수가 있다.
더구나 어제 강우량이 많아서 봄꽃들이 무탈할지 노파심도 났다. 오후1시, 태화강둔치에 섰다. 넓디넓은 초록빛 대지는 울긋불긋한 점들이 무수히 번져 광활한 수채화로 탄생했다. 게다가 울긋불긋 치장한 인파(人波)의 줄서기까지 더해서 태화강국가정원은 별천지가 됐다. 5월의 빛나는 태양이 태화강국가정원을 부드럽게 애무하자 흠뻑 젖은 목련들이 꽃잎을 세우느라 안간힘을 쏟는다. 따스한 햇살에 곧추서는 봄꽃들의 기지개가 생명의 신비를 알리고 꿀벌 두 마리가 꽃술로 파고든다. 커다란 꽃잎들이 비바람에 부대껴 상처안고 늘어진 게 부지기수다.
형형색색의 목련꽃밭길을 소요한다. 목련은 화려하고 소담하기로 꽃 중의 꽃이요 계정의 여왕 5월의 상징이다. 내 어릴 적 이맘때에 울`집 변소 옆 화단에 목련 두 그루가 예쁘고 커다란 빨간꽃망울을 터뜨리면 놈한테 반해서 똥통냄새도 잊었던 기억이 새롭다. 커다란 질항아리를 땅에 묻은 변소 가장자리에 걸터앉아 ‘응아~’ 하던, 그 자리에서 1m쯤 옆에 빨간 목련꽃이 화사하게 뽐내고 있었다. 목련은 왜 하필 거기에 있었을까? 선친님이 부러 거기에 심었을 테다. 예뿐 꽃에 홀려 고약한 똥통냄새를 잠시 잊을 수 있고, 발효된 똥오줌을 퍼서 비료로 주기도 편리해서였지 싶다.
암튼 울`집의 알량한 텃밭은 선친님이 나무심기를 좋아하셔 온갖 나무들의 전시장이었다. 텃밭에서 채소갈이 하고픈 엄마한텐 별 볼일 없는 나무등살에 구시렁대시던 모습도 선연하다. 나무그늘 속의 채소는 지리멸렬하곤 했었다. 빨간 목단을 비롯한 여러 색깔의 꽃들과 식물들이 무진장한 화원을 이룬 태화강 국가정원을 나는 작년 이 맘 때 처음 발 디디며 감탄했던 정황을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다. 순천만국가정원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 생긴 국가정원이라는 사실도 금시초문 알게 됐었고. 아름다움은 일상의 때를 씻어내고 영혼을 살찌운다.
무릇 사람들은 꽃길에서 꽃과 눈을 맞추고 향기에 취하며 꽃밭을 개미 쳇바퀴 돌 듯 떠날 줄을 모른다. 이렇게 끝없이 펼쳐진 꽃과 식물과 강물의 별천지인 태화강국가정원은 자연과 사람이 함께 가꾼 기똥찬 풍경이다. 자연에 인간의 정성을 더하면 유토피아는 꿈속에만 존재하지 않다는 걸 실증한다. ‘2025년 태화강국가정원 봄꽃축제’는 생태, 대나무, 계절, 수생, 참여, 무궁화 이름의 6개의 주제를 가진 20개 이상의 태마정원으로 조성됐단다. 십리대숲을 배경으로 울산 학춤, 발레, 울산의 대표적인 처용탈 제작 시연 전국사진촬영대회도 열린다.
십리대숲 길과 병행하는 황톳길, 은하수대숲과 반려동물을 진찰하고 치료해주는 이동형 반려동물 진료소도 있다. 왕버들마당에선 '오즈의 마법사' 어린이 창작 인형극과 어린이 마술쇼 등이 열린다. 7080세대를 위한 기타 공연, 태화강 국가정원 시화전, 야생화 분재전시, 플리마켓, 봄꽃을 배경으로 한 포토존 등도 준비돼 있단다. 야간관람 편의를 위한 느티나무길 조명은 또 다른 이색 워킹코스다. 내친김에 울산시는 '2028 울산국제정원박람회'를 준비 중이란다.
‘2025 태화강 국가정원 봄꽃축제’가 열리는 2만 8000㎡의 초지엔 목련, 꽃양귀비, 작약, 수레국화, 안개초, 금영화 등 5종 6000만 송이 꽃이 만개한다. 특히 조성 3년차를 맞는 피트 아우돌프의 자연주의정원의 꽃과 식물과 나무들이 자연스런 조화를 이룬 정원은 신선하다. 피트 아우돌프의 정원은 예쁜 식물들을 여기저기에 조화롭게 심어 자연생태계 차원을 지향한다. 그가 꿈꾸며 이뤄내는 정원은 인간이 창조해 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식물의 향연이다. 식물이 사계절동안 발아해서 성장하고 죽어가는 일련의 변화를 아름답게 연출한다.
흡사 자연의 생태적인 변화는 어떠한 순간도 아름답다는 것을 공감케 하는 모티브를 그는 그의 정원에서 추구한다. 목련과 닮은 작약은 화려한 꽃 못지않게 약효성도 뛰어나다. 진통 효과가 있는 작약 뿌리는 복통과 여성들의 월경통에 특효가 있고, 꽃잎은 허브차로 마시며 향을 음미할 수 있는 ‘팔방미인’의 꽃이다. 5월의 산들바람에 양귀비꽃 집단이 선사하는 집합체의 카드섹션은 현란하다. 꽃이 피고 지고 또 피듯 우리의 내면의 사랑 꽃도 철따라 피울 수가 있다. 태화강 국가정원 봄꽃축제를 감상하며 나만의 5월을 꿈꿔본다. 2025. 05.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