싯다르타와 아들 라훌라의 속박
싯다르타와 아들 라훌라의 속박



싯다르타 왕자의 아들 이름 라훌라는 말뜻이 ‘속박’이다. 부모에게 자식은 속박이듯 라훌라도 싯다르타에게 속박이었을 것이다. 싯다르다 부왕도 출가한 아들의 마음을 돌려보려고 왕자가 있는 라자가하로 아홉 명의 사신을 보내 ‘이제 소원을 이루었으니 돌아오라’고 회유간청 하지만 신하들도 함흥차사가 됐다. 부처가 된 옛 왕자에게 감복하여 사신들도 출가하고 말았던 것이다. 석가(釋迦)란 ‘진실로 훌륭하다’는 뜻의 '사캬(Sakya)'의 변음이다. 출가하여 6년간의 고행과 6년 동안 전법활동을 한 석가는 12년 만의 귀향한다.



싯다르타왕족은 ‘태양의 후예’라 하여 순수혈통을 지키려고 족내혼(族內婚)만 했다. 싯다르타의 아내인 야소다라도 막내고모의 딸이었다. 중생(衆生)이 숭앙하는 석가(부처)가 된 싯다르타를 맞이하는 왕궁과 아내 야소다라의 기쁨은 형언할 수 없었다. 왕자이자 남편이고, 라훌라의 아버지인 싯다르타의 금의환향은 왕족의 영광이었다. 이웃나라 공주로 왕자비가 되어 아들까지 낳아 행복했던 야소다라는 뜬금없이 남편이 출가해서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런 싯다르타가 귀가한 이제 자신과 아들의 신분과 미래는 탄탄대로라 믿었다. 감개무량했다.



야소다라는 남편에게 아들 라훌라를 인사시키면서 ‘아들에게 물려줄 재산을 말씀하시라’고 여쭸다. 당시 풍습엔 자식이 어릴 때 일정 분의 재산을 분배해 주는 가례(家禮)가 있었지 싶다. 망설임 없이 싯다르타는 일곱 가지 재산을 아들에게 일러주었다. 믿음과 계행(戒行), 악행을 두려워하고, 악행을 부끄럽게 여길 것, 법문과 보시 그리고 지혜였다. 물질적이 아닌 무형의 마음가르침이었다. 아들은 이를 공손하게 받들어 석가학교의 첫 입학생이 된다. 과연 싯다르타 부자였다.




우리들은 흔히 ‘자식은 웬수’라하고,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다’고 푸념하듯 내뱉는다. 석가가 부왕의 속박이었고, 석가의 아들이 ‘속박(라훌라)’이듯 우리들 자식도 속박이기 십상이다. 자식은 태어날 때부터 부모의 자유를 일정부문 옭아매는 애물단지다. 그런 애물단지를 보듬어 성장시키는 삶이 일생의 보람이고, 아가페사랑이라 희열한다. 자식으로부터 감내하는 속박의 삶이, 그 속박의 시간들을 슬기롭게 인극해가는 지혜의 일생이 행복이라 생각한다. 문제는 우리들의 자식이 모두가 라훌라 같지가 않다는 데서 불행해진다.




라훌라는 부친 석가로부터 일곱 개의 무형의 재산을 상속받아 전수했지만 오늘 날 우리들 자식들은 거의 물질적인 유산만을 원해 갈등과 불상사를 야기 시키고, 더는 극단적인 비극으로 끝맺는다. 자식이 속박을 벗어나 웬수가 됨이다. 석탄일에 산사에 구름처럼 밀려든 중생들이 한 결 같이 봉축행렬에 동참하여 간절히 기도한다. 각자 소원하는 바가 다를 테지만 자식들이 성공하고, 가정이 평안하길 기원할 테다. 석가의 부왕(父王)이 가출한 싯다르타의 안녕을 위해 아홉 명의 사신을 파견하며 귀가를 염원하듯이 말이다.




근디 오늘 같이 모두가 행복을 축원하는 봉축의 날에도 음흉한 간계(奸計) 속에 질시와 배반의 이전투구(泥田鬪狗)의 족속들이 활거 한다. 애국자인 척, 젤 똑똑한 척, 가장 선량한 척, 사회의 지도자인 척 하는 삼부(三府)의 고위층들이 양두구육의 모습으로 매스컴을 수놓는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얌체들이라 매스컴에 그 일그러진 얼굴 자랑할거다. 그들이 라훌라의 상속을 알 턱이 없다. 공인(公人)은 라훌라의 속박인 것이다. 나라와 국민의 ‘속박신세’란 것을 명심해야 할 삼부의 고위층들이 불전(佛殿)에 삼배구고두례(三拜九叩頭禮)해야 할 오늘이다.



범어사 총림 연등아래 봉축행렬은 간절한 기도의 장이고, 축제의 장이다. 활짝 핀 봄꽃들이 후미진 곳까지 미소로 밝히고, 산천은 연둣빛으로 싱그럽다. 환희와 희망의 5월이요 축제의 초파일이다. 12.3내란(內亂) 상처를 씻어낼 5월의 대선(大選)이벤트는 한 달 내내 축제의 장이어야 함이다. 상대를 속박할 게 아니라 나를 속박해야 함을 깨우치는 석가탄생일에 범어사에서 연둣빛세상을 탐닉했다. 우리의 후예들은 모두 라훌라이길 기원해 봤다. 한결 더 보랏빛을 띄우고 풍성해진 등나무 꽃향기, 산뜻한 짙푸름의 피톤치드 기운, 바위바다 속을 흐르는 물소리에 나를 파묻혔다. 2025. 05. 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