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범어사(梵魚寺) 등운곡(藤雲谷)의 등꽃 - 편백숲길

peppuppy(깡쌤) 2025. 5. 1. 18:44

범어사(梵魚寺) 등운곡(藤雲谷)의  등꽃  -  편백숲길

범어사(梵魚寺) 입구에 등운곡(藤雲谷)으로 불리는 계곡의 큰 바위 틈에서 자생한 약 6.500여 그루의 등나무가 소나무, 팽나무 등의 거목을 휘감고 올라가 울창한 숲속의 비좁은 하늘 따먹기 경연을 하고 있다. 연둣빛 이파리로 변장한 등나무 넝쿨은 연보라색 꽃 수술다발은 치렁치렁 매달고 5월의 신록을 탐닉한다. 찢긴 파란하늘 조각보에 박힌 등꽃수(繡)는 자연의 신기루다. 맑은 공기와 바위골짝을 흐르는 물소리는 일상에 찌든 세파(世波)를 단번에 치유시켜주는 숲의 전당이다. 5월엔 하 많은 봄맞이 나들곳 중에 범어사 등운곡 쉼터는 놓칠 수 없는 치유의 유토피아다.

등운곡입구의 부도밭

범어사 등운곡 등나무군락지대는 원시림 같은 자생숲으로 천연기념물176호로 지정됐다. 등나무 숲과 연계된 편백숲길 850여m의 소요(逍遙)는 태곳적으로의 여행이다. 하늘로 치솟은 편백나무들은 장엄하고 울창한 기상, 이끼 덕지덕지 낀 바위들을 어르는 물소리는 순간적으로 가슴을 침잠시킨다. 키다리 편백나무 숲에 끼어 수백 년 몸살을 앓은 서어나무들의 뒤틀림은 등나무와 칡넝쿨의 갈등(葛藤)의 해법을 찾는 사색(思索)에 들게 하고. 칡넝쿨은 왼쪽으로 등나무는 오른쪽으로 휘감아 돌아 뒤엉키면 헤쳐풀기 난망하다. 그래서 이해관계가 얽힌 복잡한 현상을 갈등이라 한다.

우리들의 삶에서 갈등은 언제나 생길 수 있고, 가장 가까운 가족 사이에서도 빈번히 야기된다. 삶은 이런 갈등의 연속선상에서 문제해결을 향하는 여정일 것이다. 갈등은 대게 행불행의 단초가 된다. 경주 오류리 등나무에 관한 유명한 이야기가 있다. 신라시대 연년생인 자매가 살고 있었다. 자매는 둘 다 이웃마을에 사는 총각 화랑을 남몰래 짝사랑한다. 화랑이 전쟁에 출정하는 전날 밤, 언니와 동생은 야밤에 서로를 모르게 화랑을 만나러 갔다가 우연히 마주친다. 그제야 자매는 한 사람을 동시에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번민하며 애간장을 태웠다.

애정의 갈등을 극복하지 못한 자매는 화랑이 전쟁터에서 전사했다는 소식을 듣자 애통해하며 같이 연못에 몸을 던져서 생을 마감했다. 그 연못가에 등나무 두 그루가 솟아났다. 그때 전사했다던 화랑이 살아 돌아와 자매의 비극을 듣고 연못을 찾아가 비탄에 젖어 연못에 투신 자매의 뒤를 따랐다. 그곳에 팽나무가 한 그루가 자라나고, 그 옆의 등나무 두 그루가 팽나무를 휘감으며 공생했다. 팽나무가 화랑, 그것을 감싸는 두 그루의 등나무는 처녀자매를 상징하는 비련의 이야기로 구전되면서 등나무의 꽃말인 '사랑에 취하다'가 설화에서 생겼다고 한다.

연둣빛 산야에 연보라 등꽃은 5월의 상징이라

소설 반월당의 기묘한 이야기다. 등나무 원산지는 한국으로 5월에 꽃이 피고, 열매는 9월에 익는다. 흰 꽃이 피는 백등나무, 겹꽃이 피는 겹등나무 등이 있다. 화투패에도 등나무가 그려져 있는데, 흔히 '흑싸리'라고 부르는 4월패다. 로스엔젤레스 카운티의 시에라 마드르에는 수령 120년의 자등(Wisteria chinensis)있고, 우리나라엔 삼청동 국무총리 공관의 등나무가 수령 약 900년쯤 되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등나무의 특이한 자태와 우아한 꽃은 정원의 관상용으로 사랑 받는다. 등운곡 등나무쉼터 숲길은 범어사 템플스테이 숲길과 조우하는데 수행자들의 산책길로 최적일 테다.        2025. 05. 01

편백나무 숲길 뎈다리
편백나무 숲과 등나무 쉼터는 대략 2만여 평이란다
서어나무 군락지
범어사 템플스테이로 가는 길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