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황산공원 - 양산은 폭싹 속았수다

peppuppy(깡쌤) 2025. 4. 10. 05:59

황산공원 - 양산은 폭싹 속았수다

낙동강 최대 수변공원인 양산 황산공원(187여만㎡)의 ‘양산 물금황산공원의 벚꽃축제(3월 29~30일)’ 봄소식을 나는 엊그제 알았다. 뉴스엔 차도(車道)를 뒤덮어 벚꽃터널을 이루는 장관을 공개하는 기간이 이틀간뿐이라 했다. 인도가 없는 자동차전용도로 탓인가 싶었다. 사진으로 접한 화사한 벚꽃터널이 아삼삼하다. 차도엔 출입금지일 테지만 어떻게 해서든 벚꽃산책은 할 터라는 낙관적인 생각에 설레발쳤다. 글고 또 어마어마하게 드넓은 황산공원이 낙동강 변을 따라 펼쳐질 강변의 볼거리들이 유혹하는 거였다.

▲빨강겹벚꽃▼
▲엄나무▼

오후3시, 증산역사를 빠져나와 마주치는 양산시가지는 깔끔하고 잘 정돈 된 신시가지 기분이 들었다. 더구나 평지의 시가지를 검회색 산세들이 빙 휘둘러 병풍 치듯 한다. 인터넷에서 대충 훑긴 했지만 신호등 대기 중에 옆의 장년 분께 황산공원을 물었다. 친절히 응답하면서 버스정류장을 가르쳐주다가 걸어가겠다는 나를 멀거니 쳐다보더니 넘 멀어서 한 시간은 걸린다는 거였다. 나는 웃으며 인살 하고 발걸음을 땠다. 산다는 건 늘 어딘가로 떠나는 일이고, 떠나서는 좋거나 싫거나 접촉하며 관계를 이루어 내일의 발판을 만들게 된다. 

박태기나무
대일암입구 느티나무석부작

양산시가지는 나로써는 처음 들어서는 처녀지다. 눈으로 보는 시가지의 풍경, 얼굴로 느끼는 공기와 냄새, 손발에 닿는 접촉의 그 무엇들이 길손의 영양소가 되어 나의 무지를 일깨운다. 주택가 담장 밖을 기웃대는 엄나무가 지금 움트느라 안간힘을 쏟고 있고, 빨간 겹벚꽃은 또래 꽃나무들 한테 창피하리만치 빨갛다. 대일암 입구 느티나무가 바위를 보듬고 있어 사진을 찍자 옆에서 지켜보던 할배가 ‘어디서 왔소?’ 묻는다. ‘황산공원엘 가는 길입니다’ 라고 동문서답하자 ‘엄청 먼디?’라며 놀랜 표정을 지었다.

▲양산시 황산공원 담벼락 가로수의 봄맞이▼
라일락

인후(仁厚)해 보이는 할배와 헤어져 5분여 후 대로에 들어서자 벚꽃장막이 끝도 없이 큰길과 동행한다. 벚꽃은 높다란 장막 안에서 월담을 하는데 범접할 수가 없다. 경부선철로변 이였다. 화사한 벚꽃은 월담케 하고, 사람은 막아서는 담벼락을 10분쯤 쫓아가도 들어설 틈새(문)가 없다. 물금역사에 닿아서야 4층높이의 고가다리를 통해 월담을 시켜줬다. 광활한 황산공원이 휑하니 펼쳐졌다. 드넓은 평야다. 철도를 따라 일직선으로 펼쳐진 벚꽃길도 통행금지구역인 건 마찬가지였다. 축제시작 하여 이틀간만 개방했단다.

양산 물금역 고가다리 진입로
벚꽃에 파묻힌 물금역(우), 부산진행 열차는 밤8시반에 있단다. 지금이 오후 4시 좀 넘었는디?
▲황산공원 벚꽃축제? 자동차전용도로 출입금지구역이라 2일간 개방했다니 장난짓인가?▼

187만여㎡가 얼마나한 넓이인지 가늠할 수 없지만, 하도 드넓어 몇 십 명이 서성대봐야 그냥 휑했다. 게다가 아직 새싹이 없는 공원은 누런 황야의 벌판 다름 아니다. 노오란 유채꽃 밭이 북쪽에서 땅따먹길 하고 있는 게 유별이다! 깡마른 꺽다리 소나무들, 깨 벗은 메타세콰이어의 열병, 늘어진 버드나무들의 강바람 춤사위, 흰 머리칼마저 뜯긴 팜파스그라스와 꼬꾸라진 갈대 등등 살아있는 것들도 죄다 죽은 척이다. 이틀간 문 열고 빗장 잠근 벚꽃축제장은 빛 좋은 개살구용 홍보였던가?  적막하고 소슬한 황산공원의 가없는 벌판은 소요의 맛에 들어야 꿈틀대는 공원의 봄소식을 체감할 수가 있다.

증산 뒤로 갑오봉능선일까?
▲황산공원 중부광장, 방문객이 적은 건 나들목이 한 군데뿐 이란걸 나는 공원을 떠나면서 짐작했다▼
낙동강 서편 무척산

봄볕에 다양한 식생들의 해동(解冬)하는 숨결이 자연공원수변에 일렁이고, 새싹이 피부를 찢는 잔인한 4월의 풍경이 내 멋대로 상상의 나래를 펴며 의식하는 시간의 의미였다. 인간은 사는 동안 늘 접촉한다. 얼굴로 공중을 문지르고 손으로 세상을 만진다. 발바닥으로 대지를 밟고, 손으로 만물을 접촉하면서 나를 발견하고 더는 상대를 알아 관계를 형성 유지하는 게 인생이 아닌가! 네댓 명의 아낙들이 햇쑥을 뜯고, 애완견놀이터에선 주객이 뒤바뀐 돈`키호테식 질주경기가 열렸다. 라이더들이 개미허리를 들고 난렵하게 대지를 질주하고, 수다쟁이 아줌마들이 소음공화국에서 엑서더스하여 봄기운을 포식한다.

동신어산즈
가을엔 코스모스 단지다
가을엔 코스모스만발

낙동강 따라 부산 전철역인 호포역(아까 물금역은 경부선)을 찾아 남행하면서 경부선철도와 중앙고속도로의 낙동강 둑위의 철책담장에 막혀 통로가 없단 걸 알았다. 개구멍이라도 찾으려 얼마나 애간장 태웠던지 무턱대고 남행한 나의 어리석음에 절로 한숨이 났다. 황산공원과 양산시내를 관통하는 통로는 물금역과 호포역에서만 있지 싶었다. 8km이상 될 두 역사(驛舍)간의 철책담을 나는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더구나 무식한 초행에다 드넓은 공원에서 인적도 없는 늦은 오후의 고립상태였다. 고속철도와 고속도로를 통과할 통로는 양산시의 숙원사업이란 걸 나는 귀가하여 웹상에서 알았다.

물금역 벚꽃길 뒤로 증산(거북이산) 뒤로 갑오봉 능선이 양산시를 병풍처럼 휘둘렀다
▲팜파스글라스단지, 가을엔 장관일터!▼

양산시와 황산공원을 잇는 통로계획 숙원사업이 금년에 확정됐단다. 아무려면 끝없이 넓은 공원을 개발 유지하느라 양산시민들은 그동안 얼마나 애 썼을까? 아니 아직 첫 삽질도 못한 통로 숙원사업과 방대한 공원의 유의미한 꿈을 이루려 노심초사할 양산지자체를 생각해 봤다. ‘양산은 폭싹 속았수다’소릴 귀가 따갑게 들어야 할테다. 양산이 폭싹 속고 거듭해 속을수록 사람들은 박수를 칠 것이다. 글고 드넓은 치유의 황산공원은 많은 탐방객들이 넘칠 것이다. 한 달 후의 황산공원은 어떤 색깔일까? 일렁이는 태양 아래 초록빛의 공원과 푸른 낙동강으로 채색한 여름은~! 아니 울긋불긋할 가을이 젤 예쁠 것 같수다. ‘양산은 폭싹 속았수다’       2025. 04. 09

▲가을엔 울긋불긋 댑싸리천지가 된단다 ▼
▲낙동강을 따라 펼쳐진 끝없는 공원은 피크닉과 바이클족의 낙원▼
▲유채꽃 향연▼
증산(아까 물급읍 노인이 거북이산이라면서 둘레길도 있다고 했다)
자전거전용도로인가 싶은데 상춘객 여인 네 분이 전세(?)를 내어 메타세콰이어 열병식을 하고있다
애완견 놀이터
억새군락지
▲낙동강변을 따라 늘어선 수양버들과 도둑처럼 끼어든 팜파스그라스는 멋진 강풍경을 이루고~!▼
▲드넓은 초원의 쉼터와 정자는 소요객들의 천국▼
황산정
가을엔 황하코스코스 단지
▲강변 수풀들의 연두빛 새싹과 봄바람을 감각하는 벤치에서의 힐링시간은 시간을 잊는다▼
▲보트와 나룻배 선착장▼
동신어산
환장하게 드넓은 초원광장을 공짜로 전세(?)낸 젊은 커플이 부러웠다
▲웰딩나무▼
낙동강 건너편 김해 ?마을의 검푸른 동신어산에 벚꽃이 버짐처럼 번졌는데 버드나무 혼자 오지게 감상하고 있다
▲ Fargesia nitida (분수 대나무) 숲 ▼
▲분수대나무 숲의 미로▼
가을엔 핑크뮬리 단지가 된다
모래등 팽나무의 애잔한 기억 ; 모래등은 남평마을의 옛지명으로 1938년 대홍수 때 남평마을은 지금의 양산시 물금읍으로 옮겨 이주했다(70가구)
▲생태공원▼
낙동강을 횡단하는 중앙고속도로
▲낙동강범람시 차수벽 위의 고속철로변의 벚꽃 퍼레이드 - 건너가야 하는데 길이 없다(자전거도로만 죽어라 쫓아갔다)▼
경부고속도로와 고속철과 자전거전용도로 뿐인 인도가 없어 황산공원에서 호포역으로 건너 갈 방편이 없어 당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