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 ~ 그 알갱이

밤 앞에서

peppuppy(깡쌤) 2010. 2. 18. 22:40



밤(栗) 앞에서


무덥고 긴 여름

가시 옷 만들어

누구의 범접도 용인 않던

비밀스런 당신은 무엇이였습니까.


초록 면류관에

섬섬히 매단

하얀 꽃술들

여름을 묻혀 내던 까닭을 알 수가 없군요.


미풍이 아는 체 하면

흐트러지게 살랑대며

몇 리를 취하게 하던 당신의 향

누굴 향한 유혹이였나요.


수정 하늘 그리워

갈색 바늘갑옷 열고

살며시 내민 당신

놀래

자색 가을 한 알씩 토해 내는 아픔을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