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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화주 한 잔으로 목구멍 태워야~ 798거리에서

 

 

화주 한 잔으로 목구멍 태워야~ 798거리에서

 

알리바바,포스코사옥이 있는 망경상업지구

 

베이징도착이후 날씬 기똥차게 좋았는데 주말인 오늘은 찌뿌대대하다. 지인네가 점심을 같이 하자해서 안내 받은 곳이 798예술구였다. 작년에 잠깐씩이었지만 두 번 찾았던, 참 별스런 곳이다. 근디 798거리엔 먹거리도 유명하단다.

  

 

아니 새로운 관광지로 뜨니 사람들이 모이고 그래 먹거리도 자연스래 번창하리라. 작년에도 그랬지만 거리엔 젊은이들이 많고 우중충한 건물들은 새롭고,  뭔가 달라진 모습을 자랑하려는 성싶었다. 지인은 독일전통맥주를 판다는 비주덕찬정(啤酒德餐仃. Authentic German Cuisine)에 울 내외를 안내했다

 

798거리

 

`공장건물의 높은 천정과 확 터진 내부를 약간 변모시켜 검정페인팅으로 내부를 빈티지분위기 물씬 풍기는 레스토랑을 꾸몄다. 모던한 분위기 탓인가 아님 음식맛 땜일까? 만원이다. 양고기구이에 독일맥주와 고량주를 주문한다. 술에 문외한인 나는 음주는 흥미가 없다. 어떻든 중국은 술값이 싸다.

 

 

 

지인이 발효주와 증류주에 대한 얘기를 한다. 우리가 즐기는 소주도 증류주인데 몽골군의 침입으로 만들기 시작했단다. 쿠데타로 칸을 꿰찬 쿠빌라이는 몽골군1만 명을 앞세우고 우리나라를 침입하여 개경에 정동행성(征東行省), 안동에 병참기지(兵站基地), 삼별초를 토벌한 제주에 탐라총관부를 만들었다

 

 

레스토랑  啤酒德餐仃

 

글면서 일본원정을 핑계삼아 똥구녕에 진물나도록 노닥거렸는데 그때 증류주를 만들어 먹은 게 소주의 시초였다. 그때까지 우리나라는 곡물이나 과일로 빚은 알코올 도수가 20도를 넘지 않는 발효주를 마셨던 것이다. 포도주를 비롯 과실주만 마시던 서구 코쟁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징기스칸의 말바꿉 덕에 증류주맛을 보게 돼 독한술을 먹게 됐으니 증류주의 종가집은 몽골인 셈이다. 개경, 안동, 제주도가 술(소주)로 유명한 고장이 된 건 순전히 몽골군 덕이다.

독일소시지와 맥주로 입가심을 하고 양고기구이식사엔 고량주를 곁들였다.

 

 

고량주를 병아리 눈물만큼 입속에 넣었는데 혓바닥에 붙은 불길이 입안을 후비곤 목구멍을 태운다. 52도짜리란다. 맥주는 술도 아니다

소주를 불 붙는 술이라서 화주(火酒)’라 부른 까닭을 알만하다. 나는 야채샐러드로 입안의 불을 껐다. 화주를 중국인들은 반주 삼는다니 배창시소독은 잘도 하고 사는 편이라.

 

레스토랑정원

 

조선왕조실록에 문종의 장례식장에서 단종이 상주 노릇하느라 과로하여 쓰러졌는데 소주를 먹여 정신 차리게 했다고 했다. 약주란 말이 괜한 허풍이 아니라할 만하다.

왕조실록엔 술을 못 먹어 왕위계승 순번에서 멀어진 불운한 왕자도 있다. 효령대군이다.

 

 

 

효령대군은 술을 전혀 못 먹고, 충녕대군은 술을 적당히 마시며 즐겼단다. 왕은 중국사신이 오면 손님대접으로 몇 잔의 술을 대작하며 국익을 도모할 외교술이 있어야 함인데 효령은 그 점에서도 충녕 보단 자격미달이었던 거였다. 충녕도 운이 좋았지만 백성들에게도 천운이었다.

 

 

 

소주덕에(?) 왕이 된 충녕이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세종대왕인 땜이다. 장미 만발한 식당정원에선 예비신혼부부 사진촬영이 한창이다. 폐허가 된 군수공장에서 예술이 꽃피고, 새로운 문화가 싹트고 결혼식이 열린다. 798거리 군수공장의 변혁이다. 

 

 

 

798거리가 구각위에 신선한 젊음의 전당으로 탈바꿈하는 아름다움이 부러웠다. 폐공장 귀퉁이 구멍가게에서 뭔가를 해낼 것 같은 진지성이 느낌왔다.  베이징798예술구(艺术区)400여개의 갤러리와 작업실, 카페와 아트샵이 있는 중국현대미술의 전당이 된 소이다.

 

 

 

중국은 798거리에 "창의지구(創意地區) 문화명원(文化名園)"이란 슬로건을 붙여 베이징문화아이콘으로 다듬고 있단다. 하루에도 수천 명의 관광객이 몰려오고 유명컬렉터와 딜러들이 찾아오는 국제미술시장의 메카가 됐다. 그 또한 부러웠다.

 

 

 

이색적인 조형작품이 798거리를 메꾸고 폐공장의 앙상블과 조화 또는 파격의 멋을 더해 산책하는 즐거움은 특별하다. 걸으면 걸을수록, 보면 볼수록,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어떤 오묘한 매력에 이끌리게 되는 곳이 798예술구다.

 

 

 

798거리 쬐그만 가게들 속에 수제녹차아이스크림을 파는 맛집 상좌(上坐)가 있다. 아이스크림 하나 들고 카페에 들어가 쬐그만 의자에 앉으면 쬐그만 그림들이 벽에 붙어있다. 그거 아마추어그림쟁이들이 그린 그림이다. 그림에 문외한인 나도 놀랠 노자다.

 

 

 

또 그 옆의 쬐그만 가게는 서점인데 영문책자가 주종이었다. 글고 그 쬐그만 책방 한 구석에선 공방이 있다. 젊은이들이 매달려 눈길도 안 준다. 누가 주인인지 들치기해도 모를 것 같았다. 늙은 내가 콩글리쉬로 더듬거려도 노상 웃는게 귀엽고 이심전심이 될 것 같아 좋았다.  

 

 

현대모비스 아트리움

 

사람이 모여등께 세계의 대기업들이 투자한 큰 규모의 아트갤러리나 전시회가 늘어난단다. 글다보니 임대료가 오르고 가난한 아티스트들은 변두리로 밀려나는 자본주의의 갑질에 서글퍼지기도 하는 게 오늘의 798이기도 한단다. 해도 아직 798엔 공실이 많단다.

 

 

 

좋음이 있으면 나쁨도 있게 마련 일 것이다. 순환의 고리 속에 문화는 꽃 피운다. 나도 술 한 잔, 아니 고량주 한 잔은 먹을란다. 목구멍이 불타도 먹어야 할까보다. '약주 먹다 죽은 귀신은 혈색도 좋다'고 누가 갈파했더라. 효령대군처럼 왕따 당하면 인생이 넘 서글퍼징께로~!

2018. 11.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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