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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동백누리마루의 아왜나무[珊瑚樹]숲길

동백누리마루의 아왜나무[珊瑚樹]숲길

 

 

 가랑비 오줌 저리듯 오다가다하는 찌뿌댓대한 날씨는 나들이를 꿈꾸는 사람에겐 심난하다. 해운대백사장도 되게 할 일없어 보이는 사람들이 애꿎은 모래만 밟아댄다. 해문지 미세먼진지 바단지 하늘인지를 헷갈리게 하는 해운대누리에 날씨가 떠드나싶어 집을 나선 울 내왼 동백섬누리마루를 향한다.

 

만개한 아왜나무 숲

 

해운대 온지가 일주일째 되가는데 아직 동백섬누리를 찾지 않은 건 너무 가까운 탓일 테다. 웨스턴조선옆구리를 돌아 누리마루APEC하우스입구 숲속의 자갈길에 들어섰다. 동백과 소나무 후박나무 아왜나무 등 사철나무가 우거진 동백섬산책길은 거의 포도(鋪道)아님 데크 길인데 여기200m만 잔챙이몽돌을 깔아 놨다.

 

와왜나무숲터널

 

해서 난 풍경 좋은 동백섬트레킹에 선뜻 나서질 않는다. 비포장도로라야 오감으로 산책의 진수를 맛볼수가 있어서다.  녹음속의 몽돌산책길에 들어서자 아왜나무가 하얀 꽃 수술뭉치를 주렁주렁 매달고 있다. 넓고 도톰한 잎은 세수까지 해선지 반들반들 광택이 나는데 무거운 꽃 수술 부둥켜안느라 온 삭신을 늘어뜨린 채다.

 

 

힘겹지 않은 일생 초목이라고 예외일까? 비가와도 꽃은 피워야 하고 그래 수 만송이 속에서 얼마만큼의 열매를 맺을 수가 있을 테다. 그나저나 아왜나무가 이렇게 하얀 꽃으로 숲을 도배질 할 줄은 생각도 못했었다. 잎이 워낙 크고 진초록이어서 그렇지 이팝나무꽃술 못잖다.

 

누리마루 아스팩

 

근디 왜 아왜라는 이름을 가졌을까? 아왜나무는 불이 붙으면 수분이 빠져나오면서 부글부글 거품을 만들어 차단막을 치며 화마로부터 자신을 보호한단다. 해서 일본사람들이 아와부끼(거품을 내뿜는 나무)’라고 했고, 우리도 거품나무-‘아와나무에서 아왜나무로 변음 됨이란다.

 

 

애초의 와아부끼(awabuki)’란 종명(種名)은 지금 일본에선 나도밤나무를 일컫는다니 아이러니하다. 암튼 아왜나무는 늘푸르고 불에 잘 타지 않으며 번식력이 강해 정원수,생울타리,방화수(防火樹)나 해안방풍수로 사랑받는 나무가 됐다.

 

아스팩정원서 본 오륙도

 

하얀꽃은 가을엔 팥알 만한 빨간 열매로 익어 진녹색이파리에 무수히 박히니 흡사 푸른바다 속의 붉은산호 같고, 줄기마저 황갈색을 띄어 산호수(珊瑚樹)라고도 한다. 이 멋진 아왜나무를 남부지방지자체에선 가로수나 화단에 많이 식재하면 얼마나 좋으랴. 일년생화초로 세금낭비 하지 않아 일거양득일 테다.

 

팔손이 & 접시꽃

 

아왜나무는 동백꽃이 죄다 떨어진 동백섬의 6월에 하얀아왜꽃을 만발시켜 초록숲에 흰 파도를 일구다가 9월엔 붉은 산호수로 변장한다. 놈들은 겨울이 오면 빨간 열매를 검게 물들여 낙과하고 동백나무에 빨간 꽃을 리턴매치 하는 동백누리마루는 그래서 사시사철 관광객이 성시를 이루나 싶다.

 

아스팩숲길

 

근디 어째서 꽃말을 '지옥에 간 목사'라고 했을꼬? 불구덩이 속에서도 견뎌내는 생명의 길잡이 같아 설까? 동백섬누리마루가 아왜나무의 하얀 꽃술로 싱그럽고 가을엔 하늘에서 보는 동백섬이 산호섬으로 둔갑할 거란 상상에 산책길이 풋풋했다. 전국어디서나(실은 남부 온대지방에서만 자생한다) 아왜나무숲이 울울창창했으면 좋겠다.

2018. 06. 11

 

아왜나무열매

아스팩정원서 본 광안대교와 마천루

신축중인 엘시티와 모래톱조각상들

 인도의 수다샨 파트낙이 북미회담의 성공을 비는 모래작품을 만들고있다(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