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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가는 길 - 산행기

천후산운해에 빠져 허우적댄 한나절 – 울산바위

천후산운해에 빠져 허우적댄 한나절 울산바위

 

 

울 내외가 설악동소공원 앞에 발 내디딘 시각은 열시를 막 지난 참이었다. 아내가 안 가본 폭포(육담`비룡`토왕성)순례를 하자고 소공원을 벗어나 다리를 건너려는데 냇물이 찌질찌질 흐른다. 게다가 골짝산정엔 안개까지 넘실대고 있어 폭포구경이 신통찮겠다고 엉거주춤 거렸다. 

 

 

아내가 대뜸 울산바윌 오를까?’라고 해서 발길을 돌리며 당신 오를 수 있겠느냐?’고 물으면서 난 가는 데까지 가다 안 될 것 같으면 그냥 오게요라며 아내표정을 살폈다. 3년 전 울 식구들이 울산바위 오를 때 둘레길만 걷는 아내가 식겁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해서였다.

 

 

오늘 아님 언제 또 울산바위 오르겠소?‘ 라며 각오 다짐한다. 아내의 다짐에 나도 동감이라흔들바위를 향하는 엷은 구름이 낀 숲길은 등산하기 최적의 날씨였다. 골짝자갈더미를 빠지는 물소리는 정겹고 소나무이파리를 흔드는 바람결의 피톤치드는 상큼하다.

 

 

설악이 좋은 건 이런 길이 무진장 널려있다는 게다. 한 시간을 즐기니 흔들바위가 멍석바윌 깔아 놨다. 산님들이 야단법석이다. 입가심을 한다. 신라진덕여왕 때(652) 자장율사가 세운 절은 여러 번 소실됐다 1701년 의상이 세운 신흥사가 전신이라.

 

계조암

동안 여러 고승들이 수도하였고 원효와 의상도 자리보전하였기에 계조암이라 부르게 됐다는 석굴을 기웃거려봤다.

아미타불`나존자상을 모신 법당이 푸근하고 단아하여 좋다. 불자 한 분이 참배를 하고 있는데 자태 또한 아름답다.

 

석굴

 

울산바위를 향한다. 돌계단을 밟고 이어진 철계단을, 다시 돌계단에 철계단은 800여개가 이어진다나? 아내는 숨소리가 거칠어져도, 목덜미까지 차올라도 멈추지 안했다.

발걸음 멈추고 숨길 한 번 돌릴 폐 공간 넓힐 짬 이왼 오르고 올라야만 했다.

 

 

그 짓은 아내뿐만이 아니라 울산바윌 오르는 모든 산님들의 절대 절명의 공통운명이었다. 죽어도 빠꾸할 순 없었다.

되돌아서는 건, 하산하는 건 물 속에 빠져드는 미친 짓이란 걸 직감해서다. 물속에 빠져 자살하려고 꾸역꾸역 여기까지 밀려온 사람들은 아닐 테다.

 

계곡을 차오르는 물살

 

모두 다 계단을 오르느라 비오듯 한 땀을 씻어내느라 멈칫댈 뿐이다. 저 아래 산 계곡을 흰 물살이 차오르고 있었다. 수위는 느리긴 하지만 거대한 산록을 야금야금 삼기고 있다. 서양여성이 두 꼬맹이와 기어오르다가 물살을 보고 안 되겠다 싶었던지 애를 등에 업고 계단을 기어오른다.

 

어느 파란눈 가족의 필사의 엑서더스

 

하얀수위는 산 팔부능선까지 차올랐다. 가까스로 물살을 벗어난 산님들이 환호성을 지른다. 어떤 여성들은 안도했다는 듯 손 흔들며 발광 댄다. 몰려드는 사람들로 정상은 만원이라. 물살은 잘 생긴 금강소나무들을 삼키고, 거대한 바위들도 무차별적으로 삼킨다.

 

수위는 점점 차 오르고~

 

낮은 산이 물속으로 잠기고 미처 오르지 못한 산님들은 익사한 채 오리무중이다. 950m의 울산바위 6봉우리 언저리만 남겼을 정도로 수위가 차자 신기하게도 물살은 실오라기 풀리듯 한 겹씩 풀려 하늘로 빨려든다.

 

 

실뭉치에서 풀린 실이 번개자국처럼 빨려간다. 글다가 이내 물살은 산 9부능선을 기웃대고 있는 거였다. 나무가 물귀신고목이 돼 앙상한 뼈따귀만 들어냈다. 바위가 유들유들 까맣게 기름 바른 채 나타난다.

 

하늘로 향하는 엑서더스

 

물속에서 솟아 난 어느 중년부부는 환호작약한다. 울산바위정수배기의 산님들도 만세를 부른다. 물살은 다시 실 가닥 풀리듯 하여 산 능선 너머로 빨려가고 있다. 안개가 빚는 우주쇼!  눈 시리도록 봐도 공짜다.

 

 

자연의 신비! 오늘 울산바윌 오르는 산님들을 위한 설악운해(雪岳雲海). 울산바윌 천후산(天吼山)이라고도 했다. 하늘()의 사자울음소리()란다. 하늘에서 사자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곳이 여기다.

 

 

오늘은 용케도 운해를 만드느라 먼발치의 사자후만 들렸지만 비바람이 질풍노후 했담 암도 살아남질 못했을 테니 진짜사자후 못 들은 것도 행운이다. 울산바위는 사방을 6개의 봉우리로 이은 바위절벽으로 막아 새도 날아 도망가기 어려운 바위요새라.

 

 

산을 바위로 울타리 친 산 울타리 바위산, 즉 설악의 어원이 울산(蔚山)바위에서 비롯함이니 바다를 가둔 바위울타리를 오늘 목격한 셈이다. 오늘같이 산중허리에 구름이 잔뜩 끼었을 때 위에서 보면 연못에 연이 막 피어오르는 듯싶다하여 연화반개산(蓮花半開山)이라고도 한다.

 

 

하얀 연꽃이 반쯤 피어나는 영산화(靈山花)가 울산바위니 우리내왼 오늘 울산바위의 진면목 모든 것을 기웃거려 본 행운아였다. 네 시간의 행복, 그건 아무나 아무때나 바랜다고해서 얻어지는 게 아니다. 더구나 늙은 꼰대로 사회에 부지깽이 노릇도 잘못 하는 주제에겐 말이다.

    

 

귀로에 속초외옹치해안 '바다향기로' 트레킹을 했다. 속초해수욕장과 외옹치해안을 잇는 2km쯤의 해안산책길은 반시간쯤 걸렸다. 군 경비지역으로 65년간 묶였던 해안을 데크로 정비 개방한 거란다. 탁 트인 동해바다를 가슴에 안는 낭만에 잠시 젖을 수 있지 싶었다.

바다향기로

 

덩달아 대포항도 재단장을 했을까? 좀은 깔끔하고 질서 있는 상가로 거듭 났나 싶어 거닐 만했다. 헌데 그 많은 횟집들이 장사는 잘 될까? 암튼 오늘 여길 데려다 준 '한숲산악회' 운조씨에게 고맙단 인사 드린다.

한숲의 일취월장을 염원한다.       2018. 05. 27

 

바다향기로

설악산입구

신흥사 전나무

신흥사종각

 

 

드뎌 계조암을 앞 세운 울산바위가 마중을 나오고~

흔들바위

이 사진 찍은 후 반 시간도 안 돼 이곳 금강송과 바위들은 수장 됐다

 

물살 수위는 산정을 향하고~

아내도 죽기살기 하늘로 대피하고~

파란눈의 여인은 지친 애를 등에 업고 기어오르는데~

물살은 울산바위를 덮칠 듯 밀려오고~

구명조끼 입고 우왕좌왕하는 산님들

가까스로 수마의 손아귀를 벗어나 안도하는 커플

위험지댈 벗어나는 아내

놈도 어지간히 심난할 테다

 

철재난간을 붙들고 구조를 기다리는 산님들

이젠 구조를 기다리던 산님들도 사라져버리고~

정상으로 대피한 예뜨랑제여인, 어떤 눈물일까?

정상을 향하는 피난엑서더스

아직 정상엔 여유가 있다

살아남은 자의 망연자실

'나 여깃다'는 아내와 무사태평인 커플

드뎌 물살은 실타래풀리듯 산릉너머로 빠져나가고~

바위울타리 틈새도 사라져 사자후도 들릴 테다

바위사이 산야생화도 제 모습을 되찾았다

살아 돌아 온 여인의 기쁨

찾아 헤매는 이산가족의 눈길

운해쓰나미가 지난 후의 상실의 눈동자

속초해수욕장

외옹치 바다향기로

바다향기로의 옛 철책선과 벙커초소

대포항포구 & 라마다호텔

바다향기로 입구 & 롯데리조트와 호텔(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