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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아

꽃향기 사람향기

향기 사람향기

 

안산자락길의 담쟁이넝쿨

 

시샘바람도 아닐 밤바람이 싸하다. 포시즌스호텔을 나설 땐 걷자고 했는데 정문에서 몇 걸음 때자마자 우린 되돌아 택실 탔다. 광화문서 돈의문센트레빌A까진 채 십분도 안 걸릴 거리다.

 

5월의 산야를 수 놓는 애기똥풀꽃

 

아까 와인은 도수가 쎄냐? 한 잔 마셨는데 어째 달아오른다.” 뒷좌석의 둘째에게 물었다.

아닌데~ 갑자기 찬 바깥바람 쐬설까요.” 이때 택시운전기사가 참견했다.

어버이날이라고 저녁식사 하셨나보죠. 좋으셨겠습니다.” 

, 식구끼리요

낳아 기러주셨다고 오늘 같은 날 부모님께 식사대접하면 얼마나 좋아요”라고 기사가 정색을 했다. 

당연하지요. 사실 식구끼리 밥 먹는다는 게 좀 쉽잖지요.”

요즘 젊은 애들이 효도하는 걸 보기 어려워요. 그냥 큰 줄로 알잖아요.”

우리 꼰대들 책임도 크지요, 그렇게 방조한 부분도 많걸랑요

 

포시즌스호텔 서울

 

택시가 아파트 앞에 닿았다. 기사와의 짧은 만남은 그렇게 두서없는 몇 마디 대화를 건너다 손을 흔들어야했다. 고층아파트사이를 휘이익 달리는 바람에 나는 자켓깃을 세웠다.

당신 멋쟁이 됐어!” 뒤따르던 아내가 기분을 업그레이드 시킨다.

아주 좋아요, 아버지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고맙다

 

뷰폐마켓식당

 

아까 호텔에 들어설 때까지도 나는 윈드점퍼를 걸치고 있었다. 우리부부가 식당에 착석할 때 둘짼 종이가방 몇 개를 든 채였다. 앉아마자 자켓을 꺼내 내게 주면서 입어보란다. 쓰리보턴 연회색 자켓은 자주색실로 옷 가장자리를 떠서 강렬한 포인트를 준 흡사 딴따라의상 느낌을 주고 있었다.

 

Mixed Culture 자켓

 

나는 자켓을 받자마다 얼른 입었다. 폼 새가 맞나 아내와 둘째가 굿~’을 연발해 나는 화장실로 향했다.

얼굴이 늙어서 그렇지 폼이 났다. 댄디보이라. 기분 좋아 얼추 부~뜨고 있었다. 입고 온 남색셔츠와 매치도 썩 좋았다. 패션쇼라도 하는 기분으로  식당의 긴  테이블사이를 걸어 자리로 돌아왔다.

 

Sony 알파5100카메라, (좌측은 청소기)

 

늙어도 마음은 항상 청춘이고, 호사에 달뜨는 체면도 간사해 지는 게 나다. 아낸 나더러 늘 언제 속 들라나 모르겠다고 핀잔 줬는데 오늘밤은 의외였다. 그나저나 소화하기 뭣한 딴따라자켓을 내게 선물하려 한 둘째의 심사가 한 없이 고마웠다.

 

Ouitsuka Tiger

 

둘째가 이태리출장에서 우연히 자켓을 보고 담박에 아빠거란 생각이 들었단다.

꾀 비싸게 줬을 것 아니냐?”

아빤~, 바자회서 건진 거니 안심 하세요라는 둘째의 대답에 글면 그렇지하고 난 공감하며 멋쩍게 웃었다.

나를 닮아선지 둘째는 좀은 독특한 걸, 백화점세일 보단 바자회나 땡처리 장소를 지나치다 건지는 쏠쏠한 재미를 안다.

 

5천원짜리 Coffler.  이틀간 트레킹화로 착용 가벼워 좋았다 

 

내가 아파트 앞 구세군상설매장이나 부산국제깡통시장을 어슬렁거리듯 말이다. 근데다 오늘밤은 완전 대박(?)을 쳤다. 오전에 싱가폴 큰애와 중국 막내가 축하전활 주더니만 세 딸들이 의기투합하여 두툼한 봉투와 카메라와 운동화를 선물해준 땜이다

 

잘 못 찍힌 포시즌스호

 

일본서 샀다는 운동화는 디자인이 맘에 들어 지 것과 엄마 것을 샀는데 내 것은 사이즈가 없어 나중에 땡처리가게에서 5천원 주고 건졌단다. ‘이 문제가 아니라 내 것도 어떻게든 구하려 애쓴 맘쓰임이 감격케 했다. 근디 카메라는 좀 부담감이 들었다.

 

 

내가 사진 찍기를 즐기기에 성능 좋은 것으로 교체해 주고 싶었다지만 몇 십만 원짜리 (소니 알파5100)디지털카메라는 과분했다. 기껏 아마추어 흉내내는 내게 고급사진긴 사치다 싶었다. 오늘밤 많은 선물을 받아서 행복하다기 보단 아내 말따나 마음써주는 딸애들이 건재해서 감동 먹었다.

 

 

낳아서 키워주고 힘껏 가르쳐 준 부모의 정성을 년 중 며칠만이라도 기억하며 5천원짜리 선물을 하는 마음의 향기가 진정한 식구이고 소소한 행복인 것이다.

오후에 아내와 안산자락길을 걸었는데 싱그러운 숲속에서 일제히 꽃을 피워 은은한 향기를 바람에 띄우는, 모듬살이 풀꽃식구들을 보고 감탄했었다.

 

연둣빛관을 쓴 메타쉐콰이어

 

꽃은 바람 없이 향기를 멀리 띄울 수 없을 테고 튼실한 결실도 기대하기 난망이리라. 5월엔 꽃향기가 진동한다. 때맞춰 꽃피우는 자연의 섭리는 인간에게 주는 대지의 향기이다. 사람은 그 꽃향기에서 자신의 향기를 만들어 뿜어야 할 듯싶다.

 

서대문역사박물관, 사람의 향기가 서려있는 곳이다

 

한 가족이 동시에 피우는 향기는 더 진하고 상큼하다.

꽃향기는 바람을 거스르지 못하나 덕을 갖춘 사람의 향기는 바람을 거슬러 사방에 퍼진다.” 인도 어느 스님의 말씀이다.  바람 없이도 세상사람들께 피울 수 있는 나만의 향기를 가져야 한다. 5월엔 자연에서 내 꽃도, 향기도 채 받아야 함이다.

2018. 05. 08

 

서대문역사박물관(옛 서대문형무소)

역사박물관에 서면 사람향기를 맡을 수 있다

5월 어느날의 북한산원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