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기

9) 뾰쪽바위산을 녹이는 풀빛호반, 용경협(龙庆峡)

베이징서 보름간의 기행(紀行)

 

9) 뾰쪽바위산을 녹이는 풀빛호반, 용경협(龙庆峡)

 

 

"소삼협이 삼협을 능가하니

그 산은 삼협보다 험악하고

소이강이 이강을 능가하니

그 물 또한 이강보다 맑도다."

용경협의 산수를 표현한 시의 한 구절이다.

 

 

 

10월말의 용경협은 적막했다. 성수기엔 인산인해를 이룬다는데 계곡입구에 서성대는 관광객이 열댓 명도 안 되나 싶다. 십여 년 전에 왔을 땐 용경협호수에서 수로()를 통해 떨어지던 우람한 폭포와 우뢰소리도 온데간데없다. 갈수 탓인가 계곡의 물길도 시원찮은데 뜬금없는 인공구조물이 어지럽다.

  

 

방파제로 가로막힌 협곡비탈에 황금이무기가 꾸물대며 승천하는 듯한 구조물이 괴이하다.  그 누런구렁이 몸통 속을 에스컬레이트를 타고 오른다. 그것도 여섯 번이나 갈아타야했다. 이 무슨 멋대가리 없는 못난 짓이냐?  불투명 프라스틱창(?)이라서 에스컬레이트타고 조망할 게 없다.

 

우측벼랑의 노랑이무기가 용경협을 오르는 에스컬레이트

 

옛날엔 가파른 바위계단을 올랐었다. 바위계단을 한발작씩 오르며 깊숙한 협곡의 시원한 바람결에 일상을 털고,

아찔한 절벽아래를 보다 현기증에 정신 가다듬던 정취가 훨씬 나은데 말이다. 여행은 고행에서 얻어지는 기쁨일 때 오롯한 성취감 내지 행복을 맛볼 수가 있다.

용경협의 케이블 카

 

그 심난했던 고행은 잊지못할 추억으로 오래 간직된다. 불투명한 전망의 에스컬레이트로 벼랑을 오른다는 건 미친짓이다. 많은 관광객을 빨리빨리 입장시켜 후다닥 눈요기시키고 좇아내야 곱절의 관광수입을 올릴 수 있단 얄팍한 상술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과 수긍이 용경협관광을 끝낸 후의 소회였다.

 

 

에스컬레이트에서 내리면 곧 바로 유람선에 승선한다. 배 타지 않고 산책하며 유람할 수 있는 곳은 없다. 유람선 위 내 머리위론 텅텅 빈 케이블카가 공중에 매달린 채 빙빙 돌고 있다. 검초록 수면 위를 빙빙 돌던 찬바람도 뱃전의 우릴 휘돌며 덜덜 떨게 한다. 글고 보니 유람선장과 안내양은 두터운 방한용 코트를 걸쳤다.

 

 

뒤늦게 유란선에 오르던 중년의 중국인부부가 방한용코트를 빌려 입었는데 우린 그때 이곳에서 코트대여장사도 한다는 걸 알았다. 용경협은 베이징보다 6도쯤 기온이 낮단다. 무지한 우리가 가벼운 가을아웃도어 달랑 걸치고 왔으니 사시나무 떨리듯 해야 했다.

 

깎아지른 바위산 사이를 유람선은 흐느적거리며 미끄러진다. 싸한 바람이 콧잔등에 엉킨다뾰쪽뾰쪽한 바위산들은 물 한 방울 샐까봐 켜켜이 엉켜 강강수월래 춤추듯 한다. 나도 유람선을 타고 7km를 갔다 왔다 빙빙 돈다. 빙빙돌며 바위우듬지에서 파란하늘에 삐쭉 솟구친 번지점프구름다릴 좆는다.

번지점프 구름다리

 

하늘을 두 조각으로 가른 동아줄이 뜬금스럽다면 영판 뜬금 맞았다. 동아줄 위에서 오토바이도 타고, 밧줄에 몸통묵고 흔들거리는 스릴러들의 묘기를 볼 수가 없어 아쉽다면 아쉬울 뿐 용경협유람은 옛날보다 못했다. 기온이 떨어져 파장이 낼 모레라 관광객이 뚝 떨어진 탓도 있겠다.

 

 

옛날엔 배에서 내려 얼마쯤 산책도 했고, 요소요소에 소수민족아가씨들이 고유민속가무를 벌려 눈요기도 했었다.

근디 지금은 빨리빨리 빙빙 돌게 하곤 쫓아내는 식이다. 차라리 유랍선 내려 용경협을 빠져나오는 길디긴 굴 트레킹이 좋았다. 그렇게 긴 굴을 걸어본 기억이 없어서다.

 

2시간도 안 되는 용경협체류에 입장료140위안치곤 아깝단 생각이 드는 거였다. 11월부턴 용경협관광은 끝나고 영하 20도까지 온도가 떨어지는 1월부터 빙등축제가 열린단다. 용경협호 용적은850, 면적은34, 용경협곡 길이는 7km.

 

1973년 용경협을 둘러본 장쩌민주석이 댐을 짓고 인공 호수를 만들어 관광지 할 것을 명해 유람선을 타고 강 상류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하류로 돌아내려오는 코스를 개발한 것이다살아있는 물에 녹아내린 산의 풍취는 물이 청산을 감돌고 청산이 물을 에워싸고 있음이다.

 

 

청산에 녹수가 물들고 녹수안에 청산이 떠 있다. 그 위를 미끄러지는 유람선에서 또 하나의 산이 물속에서 나를 따르는 요지경이 용경협이지 싶다. 하지만 휘몰아치는 폭포수로 흠뻑 젖어 생쥐마냥 떨며 나왔던 십여 년 전의 협곡이 좋았다.              2017. 10. 20

 

협곡의 바위사이를 막은 댐으로 용경호수가 조성 됨

에스컬레이트와 바위굴통로